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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생활 책으로 낸 피우진 중령

'여군은 초콜릿을..'에서 불합리한 군제도 언급

피우진(52) 중령은 대한민국 1호 여군 헬기 조종사다. 1978년 소위로 임관해 육군 항공병과에 자원, 고된 훈련을 거쳐 1981년 첫 여성 헬기 조종사가 돼 창공을 누볐다.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 특유의 강단으로 새로운 길을개척해온 피 중령은 그러나 3년 남은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전역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2002년 유방암에 걸려 양쪽 가슴을 다 도려내고 병마를 이겨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장애 판정이 내려져 지난 9월 퇴역 명령을 받았다. 군사법은 장애 판정을 전역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오는 30일자로 정든 군복을 벗게 된 피 중령은 현재 국방부에 전역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인사소청을 내 상부의 최종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갈림길에 서있는 피우진 중령이 30년 가까이 이어온 여군으로서 경험담과 암과의 싸움, 복무 능력과는 무관하게 규정만 내세우며 전역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군 제도에 맞서는 소회 등을 담은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삼인)를 펴냈다.

 

이 책은 여군이 처한 상황과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운 여전사의 기록이다.

 

저자는 우리 군이 편의에 따라 여군에게 능력과 여성성이라는 양면적인 요구를 해오고 있다고 고발한다. 여군 도입 초기에 결혼 후 아기를 낳은 여군은 당연히 퇴직하는 것으로 여길 만큼 군에서 여성성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한편으로는 술자리에서 성희롱의 대상이 되거나 남성 문화에 부드러움을 주는 '치마'로서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피우진 중령은 젊은 시절부터 이런 풍토에 당당히 맞서왔다. 대위 시절 여군 하사관을 군사령관 술자리에 내보내지 않아 군사령관의 노여움을 산 일, 2000년 사단장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 여군 장교를 돕기 위해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언론 인터뷰에 응한 일화 등은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성품을 잘 알기에 유방 절제 수술 뒤 "군 생활에 거추장스러웠는데 오히려잘됐다"고 말한 그에게 후배 여군들은 이 시대 마지막 '아마조네스'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다시 태어나도 군인이 되겠다는 피우진 중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군 헬기 조종사로서 화려한 비상보다는 서글픈 차별을 더 많이 겪었다"면서 "후배들이 나보다 더 현명하고 씩씩하게 이 길을 가도록 조금이라고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0일 해남 땅끝마을에서 국토종단을 시작한 피 중령은 21일 오후 임진각에 도착, 여정을 마무리했다.

 

"환자가 아닌데도 전역을 강요하는 군 제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국토종단을계획했죠. 처음에는 분노와 미련이 가득했는데, 걸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는 만약 다음달 열릴 국방부 인사소청위원회에서 복직이 결정되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환자가 지금 몇 명인데, 암에 걸리면 무조건 전역을 해야 합니까? 저 자신은혜택을 못 보더라도 다음 사람을 위해 끝까지 싸울 생각입니다." 244쪽.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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