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4:03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시론] 공공보건의료와 국립대병원 역할 - 김영곤

김영곤(전북대학교병원장)

보건의료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따라서 여러 주체들의 다양한 사익(私益)에 대하여 공공성 보장 우선의 원칙은 정당성을 갖게 된다. 이 원칙은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사회적 형평성 달성을 위해 공공보건의료의 필요성이 대두된 계기가 됐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는 2000년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2003년 참여정부의 공공보건의료 확충 계획으로 체계를 정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참여정부는 국립의료원의 국가중앙의료원화, 암겴英?등 국가보건사업을 담당할 국립대병원 중심의 권역 공공의료체계 확립, 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거점병원 확충, 지역보건기관의 기능을 개편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틀에서 정부의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옳다.

 

서민층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양적겵珦?수준이 매우 낮아 의료이용의 계층화 우려가 있었다. 공공병원은 시설겴佯?노후, 낮은 인식도의 의료수준 및 누적된 적자로 공공성 발휘 여건이 취약했을 뿐만 아니라 보건소의 경우 수요에 비해 일부기능만 충족되었고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는 보건의료자원 공급이 크게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지역의 입장에서 봐도 정부의 정책방향은 지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권역중심겵熾ぐ탕?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은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토록 하겠다는 것으로,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결실 또한 조금씩 맺어가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전북지역암센터와 노인보건의료센터 유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 내에서 암 검진-등록-예방-치료 사업이 종합적으로 이뤄짐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이 원스톱진료부터 사후관리까지 양질의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 등이 이 사업들의 주된 목표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방국립대병원 입장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 커다란 밑그림은 그려졌지만 구체적인 실행을 해나가기에 국립대병원을 둘러싼 환경과 처지가 여의치 않다.

 

공공의료기능 강화를 위해 수십킬로미터짜리 굴을 파야한다는 목표를 설정해준 뒤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는커녕 달랑 삽 한 자루 손에 쥐어준 꼴이다.

 

우리나라의 정부예산 중 보건의료부문 예산은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2004년 12월)에 따르면 일반회계에서 미국이 20.52%, 영국이 14.3%, 태국이 9.17%인 것에 비해 한국은 0.54%, 공공보건의료 확충예산은 0.006%에 불과했다. 비전은 있지만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체계와 지원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은 셈이다.

 

국립대병원의 공공의료부문 강화를 위해서 예산과 인력의 뒷받침, 정부의 재정투자 가능성 등이 핵심적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의지와 적극적인 관심,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북지역암센터와 노인보건의료센터 유치과정에서 전북도와 전북도의회, 전북도민들이 보여준 관심과 역량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김영곤(전북대학교병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