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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길거리 경기지표'

'들판의 불길처럼 전국을 휩쓸더니 급기야 단속령이 떨어졌다. 무릎 위 15cm 이상 처벌. 경찰들은 대나무자를 들고 처녀들의 허벅지를 훑어댔다. "경찰이나 되지 뭐" 하는 농담이 유행했다. 결국 디자이너들은 미니스커트 밑단에 살색 옷감을 덧댄 기형 패션을 창조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 한 일간신문에 실린 기사내용 중 일부다.

 

다 큰 처녀가 배꼽을 내놓고 다녀도 흉될 것이 없는 요즘 세상이사 미니스커트 정도가 무슨 관심을 끌 수 있겠는가마는, 불과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멀쩡한 여성이 허벅지를 내놓고 거리를 활보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기야 19세기까지만 해도 치렁치렁한 긴치마를 입었던 여성들이 발목을 내보이는 데만 1000년이 걸렸는데, 불과 70여년만에 무릎 위 30cm까지 올라갔으니 동방예의지국 백성들이 놀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속으로는 더 잘려나가기를 바랐을지 모르지만)

 

한동안 뜸하던 미니스커트가 다시 뜨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여름도 아닌 겨울철에 백화점 판매량이 전년보다 50%나 늘었다니 미니스커트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치마선이 2cm 짧아질 때마다 체감온도가 0.5도씩 낮아져 냉증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유발하기 쉽다는데 왜 하필 이 추운 겨울에 엉덩이만 감싸고 다니려는 것인지 이해를 할수가 없다. 혹 자고 나면 치솟는 아파트값 때문에 열이 후끈 달아올라 그러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소비자전망지수나 기업경기실사지수처럼 경기를 예측하는 수단으로 '길거리 경기지표'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을 때는 맥주가,경기가 나쁠 때는 소주가 잘 팔리고 호황일 때는 단음식이, 불황일 때는 매운음식이 잘 팔린다는 공식 같은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연방기금금리를 결정하기 전에 여성 브래지어 경기부터 체크를 했다니 길거리 경기지표라는 것이 전혀 근거없는 속설만은 아닌 것 같다.

 

불경기의 신호탄이 여성속옷과 미니스커트라는데 나라는 사분오열이 되어 기싸움만 하고 있으니 큰 일이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돼 계층간 위화감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데 극단적 이기주의는 끝간데 없으니 장차 나라 꼴이 어찌될지 실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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