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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과정 유감 - 홍성주

홍성주(전북은행장)

금융기관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최근 자치단체 금고의 유치경쟁으로 인해 지역에서는 소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어 직접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은 전북은행장으로서가 아니라 지역사회 여론에 일정 역할을 하고 있는 위치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지역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여망하는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치단체 금고유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안타깝게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농협은 전국을 무대로 영업하면서 농업기반이 상대적으로 큰 전라북도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전북은행 역시 지역은행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두 주요 금융기관은 자치단체 금고 선정 때만 되면 눈살을 찌푸리며 소모적인 경쟁을 일삼는 일이 더 이상 계속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부득이 구조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금융인으로서 지켜야할 덕목은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며, 같은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겸양과 존중의 미덕 위에서 선의의 경쟁이 펼쳐야 한다.

 

그러나 자치단체 금고유치 경쟁은 이미 경제원리를 초월하여 어떤 출혈도 감수하는 자존심 경쟁으로 변질되었다고 생각한다. 경쟁에 참여하는 관련 금융기관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선정에서 탈락할 경우 내외적으로 심한 후유증과 상처만 남기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음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각급 자치단체에서도 이런 상태가 걷잡을 수 없도록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시급하게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농협은 전국 각 지역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거대 금융기관이며 사실상 거의 모든 지역에서 지방금고를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전북은행은 전북지역만을 생존기반으로 하고 있는 지역은행이다. 따라서 전국 범위의 대형 금융기관인 농협은 전북지역에서는 여타 지역과는 다른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고 오직 전북만을 생존기반으로 하는 지역은행에 대한 포용과 공생의 지혜를 발휘해 나가야 한다.

 

수 년 전에도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전북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농협과 전북은행이 더 이상의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금고유치, 대규모사업 협력 강화, 무차별적 경쟁의 지양 등 다양한 전략적 제휴를 제안한 바 있으나 불행히도 농협측이 거절함으로서 오늘날 이런 민망한 소모적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제안은 지금도 유효함으로 농협도 이제는 변하여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유연한 사고를 갖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과 같은 경쟁방식은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사안인 바, 금융기관들이 분열적이고 소모적인 경쟁과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적극적인 개선대책이 있어야 한다.

 

모든 면에서 도세가 약하고 열세인 만큼 현행 경쟁방식 제도를 적극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지역에서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갈등이 증폭되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화합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로 대체함으로써 반목과 질시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런 제도적 정비를 통해 신뢰가 정착될 때 금융기관 간 화합과 우리 지역의 상생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치단체의 깊은 통찰이 있어야 한다.

 

만시지탄의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경쟁을 최소할 수 있는 진지한 제도의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실행함으로써 화합과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홍성주(전북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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