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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영어마을 유치 열풍 유감 - 이경한

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영어마을이 문제다. 전북지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영어마을을 짓거나 유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저마다의 논리를 내세워 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그 주장의 이면에는 교육에 대한 열정보다는 교육을 통하여 주민들에게 어필해보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한 듯하다. 즉 주민들에게 폼 나는 일을 하거나 폼 나는 시설을 유치하여 단체장의 치적을 올리겠다는 생각이 앞서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우리 지역의 영어교육에 기여하고 주민들의 교육능력 신장을 돕겠다는 생각은 가상하다. 이 점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도 별 효과가 없을 일에 자치단체들이 너무 많은 집착을 하고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이다. 영어 실력을 높여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점은 지향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영어마을을 가지고서 이런 인재를 기를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짧은 기간의 영어 체험만으로 학생들의 영어능력이 향상된다면 왜들 그리 법석을 떨면서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내겠는가라고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미 다른 시도의 영어마을이 그 효과가 별로 없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고작 얻는 것이 외국인의 얼굴을 몇 번 대하고 외국사람과의 외마디의 영어를 나누고 영어문화권의 공포감을 덜어주는 정도라면 영어마을에 대한 지나친 투자와 이의 경쟁을 삼갈 필요가 있다. 차라리 그 많은 돈을 교육현장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듯하다.

 

지금 전북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영어마을에 투자하겠다는 비용을 학교현장의 원어민 교사의 유치에 투입한다면 그 효과가 보다 클 듯하다. 영어마을을 지어놓고 학생들을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불러다 놓고 시행하는 수업보다는 원어민 교사를 학교에 초빙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영어교육의 처방으로 가장 적극적인 해결책은 영어교사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다. 최근의 영어교육의 패러다임도 시설 투자보다는 영어교육자의 투자로 전환하고 있다. 이 점은 교육이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시 영어교육의 질은 영어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영어교사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그것도 그 효용성이 높은 젊은 영어교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젊은 교사가 오래 근무할 것이고, 그들이 기여할 가능성이 높기에 투자 효과도 크다고 본다.

 

최근 교육부의 흐름도 영어교사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선회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전북도와 시군자치단체들이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기왕에 영어교육을 강조하고 싶다면, 신규 영어교사의 채용방식도 변해야 한다. 영어교사의 선발시험에서 영어활용능력에 대한 보다 엄정한 절차와 자격을 두어 실력있는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 이런 영어교사를 신규채용하면 영어교사에 대한 재교육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인재육성을 위하여 영어교육이 강조되는 상황을 도외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영어교육에 투자하더라도 제대로 투자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전북도는 시군자치단체들이 지나친 영어마을 경쟁으로 인하여 주민들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하지 않도록 이에 대한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야 한다. 모쪼록 영어마을에 대한 지나친 열풍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치단체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박사, 미국 Texas A&M University 연구교수(2002년), 전주교교 사회교육과 교수, 전주교대 학생처장 역임,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 민주평통 전주시협의회 자문위원. 저서: 희망은 아이들이다(2006), 사회과 지리수업과 평가(2004) 등

 

/이경한(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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