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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세금, 나 그리고 우리 - 김명준

김명준(북전주세무서장)

정해년(丁亥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희망과 기대가 크다. 올해 2007년에는 우리 납세자 분들 모두가 행복하고 사업이 잘 되어 기쁜 마음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흔히들 근로소득자가 자영사업자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낸다고 불평하곤 한다. 그러나 근로자 전체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이 평범한 샐러리맨의 세금이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고소득 연봉자가 그만큼 증가한 데에서 비롯된 일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상위 10% 고소득자가 종합소득세의 90% 이상을 부담하고 있으므로 고소득 자영업자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금에 대해 불평하는 두 유형의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남자와 여자다”라는 서양 유머가 있다. 세금 없는 세상을 꿈꾸거나, 될 수 있는 한 세금을 적게 내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국가라는 공동체를 유지하고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서는 세금이 불가피하다. 특히, 高복지·高부담이 불가피한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서는 공평한 세금부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세금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탈세를 감시하는 건전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세금을 제대로 내는 사람이 애국자로 대접받고 존경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자 민주시민의 고귀한 헌법상 의무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사회에는 탈세를 관대하게 여기는 풍토가 남아있다. 탈세를 눈감아 주어서는 우리의 미래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탈세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 대다수 성실한 납세자에게 그만큼 더 많은 세금부담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정부에 많은 혜택과 지원을 요구하고 자신의 권리는 주장하면서도 정작 성실 납세의무는 외면하는 사례가 많다. 남의 탈세행위는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자신은 세금을 줄이려고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는 이중적 행태도 나타난다. ‘우리’보다는 ‘나’를 앞세우는 의식이 만연해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는 올바른 납세의식의 정착이 선결과제이다. 성숙한 납세의식이 뿌리내리지 않고서는 지속적 경제발전이나 삶의 질 향상은 요원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세금 줄이느라 골몰하기보다는 생산적 기업 활동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도 더 많이 내겠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지난해의 종합부동산세 신고율을 보면 많은 사회적 논란 속에서도 98.1%라는 매우 경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른바 ‘가진 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보게되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금을 성실히 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낸 세금을 지키는 일이다. 탈세는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덴마크에서는 주민들이 자신들이 낸 세금을 지키고 적게 내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해 세무공무원을 더 뽑아 달라고 시위를 했다고 한다. 선진국처럼 우리 국민들 모두 ‘세금지킴이’가 되면 어떨까? 우리의 미래와 사회 통합을 해치는 탈세를 척결하는 데에는 세무조사와 같은 행정력보다도 시민들의 자발적 감시와 제보가 훨씬 효율적이다. 깨어있는 시민의식만이 궁극적으로 ‘나’의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첩경임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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