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전북대 사학과 교수)
하버드대학에서 생각한 것들
(3) 학생들은 행복한가?
미국의 역사가 시작된 ‘뉴잉글랜드’지방의 중심지, 보스톤은 미국의 대표적인 문화도시에 속한다. 한국과의 교류는 아직 없지만 아시아에서는 자매도시로 일본의 경도(京都)와 중국의 항주(杭州)를 뽑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이곳은 하버드와 MIT 등 실로 250개 전후의 대학이 존재하는 세계에 비할 데 없는 교육도시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친절하고 너그러운 편이다. 그런데 하버드학생들의 표정이 좀 퉁명스럽게 보이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추운 지방이라 움츠림이 많아서 일수 있지만 항상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들이 밝아만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람들의 속내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던 차에 그들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자료 하나를 입수했다. 제목은 Harvard Unhappy? 였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조사한 것인데 결론적으로 하버드학생들의 반응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31개의 유명대학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학학생들의 학교만족도는 꼴찌에 가까운 27위였다. 하버드학생이면 모두 행복할 줄 아는 것은 우리의 착각인 것 같다. 아니면 최고의 학생들이라 기대하는 것도 너무 높아서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사실을 따져보면 거기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많았다.
만족도가 제일 낮은 부분은 교수들과 관련된 부분이다. 특히 교수들을 만나기 어렵다는 불만이 제일 컸다. ‘나는 확실히 위대한 교수들을 갖고 있지만 쫓아다니는데 시간이 너무 든다’ 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고, 최근에 이 대학 총장 역시 ‘(하버드의)가장 중요한 한 가지 문제는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이다’고 걱정했다. 교수들의 교외 활동이 많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한국과는 달리 ‘정년’(Tenure)을 보장받기 매우 어려운 교수들의 입장, 즉 연구 쪽에 더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는 학생들에게 ‘개인지도(Tutorial)’같은 수업도 미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는 잘 운영되지 않는 모양이다.
학교생활과 관련해서도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학생들끼리 파티를 열거나 어울릴 수 있는 장소가 너무 부족하고 학교의 규제도 많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학교 측은 정기적으로 파티를 개최하고 교정도 새벽 2시까지 개방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점은 하버드의 캠퍼스가 의외로 협소하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버드의 학교면적은 220에이커로 스탠포드(8180)같은 서부 대학과는 비교가 안 되고 가까운 프린스톤(600)이나 예일(260)보다 작다. 따라서 강의실문제, 써클활동의 제약, 기숙사문제가 아울러 따른다. 자금이 풍부한 하버드는 지금까지 인근의 도시를 반까지 구입해 놓은 상태이고 이를 기반으로 캠퍼스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상과 같은 하버드의 면모들은 이 대학이 학부보다 대학원 위주의 연구대학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확실히 학교에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띠고, 또 학교 주변 시설도 젊은 분위기는 아니다. 이점에서 한국의 대학가는 너무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
/김성규(전북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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