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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콩밭에서 호미질을 하다가도 너희들 그리워 몸살을 한단다

국명자(수필가)

내 수업 시간만 되면 가슴이 콩닥거렸다던 너희들이 보고싶다.

 

-일년 동안 교단에 선 나에게 무조건 애정과 존경의 눈길을 보내줄 것-

 

새 선생님 첫 말씀을 경청하고자 눈을 빛내고 있던 열 일곱 꽃띠 소녀들에게 건넸던 내 말이 생각 난다. 또 돌발 질문에도 무조건 대답할 용기를 챙겨 놔야했기에 국어시간만 되면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고 호소했었지.

 

너희들은 결국 결심을 굳히는 것 같았었다. 매시간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었고 가슴 속을 열어 당당히 소견을 펼쳐 보이곤 했었으니까. 갈수록 반듯해져가는 너희들의 시선이 아름답고 눈부셔서 내가 먼저 수줍어 눈길을 떨구었던 것을 혹시 눈치채지 못했었니? 벌서 이십 년이 흘렀구나.

 

부모님 위해 진학보다는 직장을 준비하며 몸살을 앓던 너희들이었는데. 산골짜기 콩밭에서 호미질을 하다가도 너희들이 그리워서 이젠 내가 몸살을 앓는다. 물론 잘들 살고 있겠지. 그 고운 시선 그 당찬 용기 어디 갔겠니.

 

/국명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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