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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남부시장엔 '3S'가 있다 - 윤승희

윤승희(전주 mbc PD)

전주mbc라디오 ‘시사전북 오늘’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다보면, 지역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도 교육청 교원 인사가 있었고, 거기에는 첫 장애인 교사가 4명이라는 반가운 뉴스도 있었다. 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장이 예전과 달리 개그 공연 등으로 웃음 넘치는 현장이라는 소식도, 전북 조선소 유치가 이제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소식도 있다. 그리고 설 명절을 전후해서 재래시장 상품권 발행이 설 전 열흘 동안 4억원어치나 되었고, 지난 추석의 두배라는 소식도 있다.

 

함께 방송하는 후배는 재래시장의 3C 부재론을 펼쳤었다. ‘카터기’ ‘카드결재기’ ‘카(car)를 놓을 곳’이 그것이다. 지금은 재래시장 군데군데 주차 공간이 있고 남부시장의 경우는 천변 공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장보기를 마치고 무거운 짐을 들고 이동을 하는 상황은 대형 마트보다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3월부터는 장바구니를 들어주는 도우미제도를 시행한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해질녁 오후, 남부시장을 찾았다. 주차가 어떨지 몰라 택시를 잡아타고 풍남문 앞에서 내려 걷기 시작한다. 10년 넘게 붕어빵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를 지나 새마을금고, 시몬양품, 남문마트, 꽃길다방을 지나 골목으로 접어드니, 한일상사, 전북마트앞 자전거보관소, 남부정육점, 영광생선, 7번 생선집이 이어진다. 7번 생선집에는 주인아주머니와 그 어머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있다. 하루라도 쉬면 몸이 아파 못 견딘다며 설 다음날에도 나와 장사하던 주인아주머니는 마음 좋게 잘 웃는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웃음이라 보기 좋다.

 

185호 김막례 할머니, 186호 문봉순 할머니, 187호 김순례 할머니 가게가 이어져있다. 한 손에 갈치를 들고, 한 손에 냉이와 대파를 사니 금방 할머니들과 벗이 된다. 시장 할머니들과 단 몇 마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이 고단한 삶이 나 혼자서가 아니라는 사실에 당장 안도하게 된다. 할머니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은 결국 전주 사람들 삶의 근간이 되고 나의 삶도 이 할머니들과 맞닿아있다.

 

그리고나서 완산교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어? 여기가 어디인가. 참으로 낯선 하늘과 산허리가 눈에 들어온다, 넓디 넓게 펼쳐진 하늘은 이제 어둑어둑 암청색으로 기울었고, 다가산자락은 검은빛으로 가라앉는다..그 아래로는 휑한 전주천이 무심히 흘러가고 있고! 하나 둘 밝혀지는 불빛은 마치 풍경 사진에서 본 빠리나 런던을 떠올리게한다. 아파트숲에 가로막혀 잊고 살았던 전주의 하늘이 거기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부시장에는, 3C가 충분치 않다. 그래서 여전히 불편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3S가 있다. 훈련되지 않은 웃음(Smile), 사회적 상호관계(Social relationship), 그리고 다가산에서 시작되는 길게 이어지는 전주의 하늘선(Sky line)이 바로 그것이다.

 

/윤승희(전주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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