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산오르며 고민 들어주었죠"...스스로 공부하는 방법 찾도록 배려
부모라면 자녀교육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나 “내 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면…”을 되뇌이곤 한다. 하지만 명문대로 향하는 길목은 좁고 치열하다.
그런 점에서 온기곤(49)-박양자씨(51) 부부는 행복한 부모다. 슬하의 형제가 나란히 서울대에 입학했다. 그것도 법대와 의대다. 큰아들인 정윤씨(20)가 서울대 법대에, 차남 정훈씨(19)가 의예과에 입학했다. 특히 정훈씨는 지난 수능에서 인문계 표준점수 689점을 받아 도내 인문계 최고득점자 대열에 올랐었다.
자녀 하나도 서울대에 보내기도 어려운 마당에 형제를 서울대에 나란히 입학시켰다니…. 비결이 궁금했다. 온기곤씨는 부안에서 안과의원을 운영중인 개원의다. 얼핏 ‘의사 수입으로 자녀들을 사교육으로 중무장시킨 당연한 결과’라거나 ‘치맛바람의 부산물아니냐’는 선입견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온씨 부부의 얘기는 달랐다. “고교에 들어와서 방학때를 제외하곤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지 않았죠. 과외도 싫어했구요. 중학교때도 학원수강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선행학습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온씨는 “주변에서 ‘자녀교육에 얼마나 열성적이었느냐’고 묻는데 사실 부모입장에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 게 별로 없다”면서 “아이들이 그저 한눈 팔지 않고 예의바르게 성장하도록 배려한 것외에는 그다지 자랑할만한 자녀교육 노하우도 없다”고 말했다.
“흔히 서울대 수석입학 학생이 되풀이하는 ‘학원은 다니지 않고 학교공부만 충실했다’는 말이 흔한 거짓말의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정윤이와 정훈이는 학교공부에 충실한 것외에는 별다른 비결이 없었어요”
동생 정훈씨는 올해 완산고를 졸업한 반면, 형은 지난해 민족사관고를 졸업했다. 지난해 정윤씨는 인하대 의대에 입학해 한 학기를 다녔고, 2학기 들어 재수를 결심했다.
온씨는 “큰아이가 민족사관고에 입학한 것도 부모들의 뜻에 따른 게 아니다”면서 “정윤이가 중3때 갑자기 ‘친한 친구가 민족사관고 입학시험을 본다는 데 나도 따라 시험을 보겠다’고 하길래 허락했었다”고 말했다.
“큰아이가 갑작스럽게 민족사관고 입학시험을 치른 탓에 특목고대비 입시학원 같은 사교육을 시킬 겨를이 없었어요. 큰아이의 민족사관고 진학처럼 그동안 아이들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하면 대부분 존중해줬을 뿐 진로결정에 간섭한 적이 없었어요”
“큰아이가 처음 재수하겠다는 말을 꺼냈을 때도 반대했었다”는 온씨는 “자칫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염려해 재수를 허락하지 못했지만 아들의 의지가 워낙 강해 반대의사를 접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때부터 부모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공부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졌어요. 부모입장에서 별다른 학습방법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저는 전공의과정(원광대병원)을 밟았어요. 병원에서는 물론 집에 돌아와도 전공공부에 매달렸는데, 아이들도 아빠를 따라 책상앞으로 떨어지지 않았어요”
온씨는 “그때이후로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보다, 부모가 직접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은 천재라기 보다는 평범한 노력형”이라는 온씨는 “옆에서 지켜보니 자신들이 알아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려고 애썼던 것같다”면서 “큰아들을 만나기 위해 강원도에 위치한 큰아들의 학교를 찾아간 것도 일년에 한두차례에 그쳤을 만큼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준 게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부쩍 공부에 눈을 떴던 것같습니다. 아이들이 학습량을 크게 늘리고 공부에 대해 욕심을 냈습니다. 다행히 슬럼프도 없었고요”
부인 박씨는 “정훈이의 경우 고교입학때만 해도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교 3년동안 꾸준하게 성적이 올랐다”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꾸준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않은 게 서울대 동반합격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형제가 그동안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고 봅니다. 그래도 정훈이는 제 형의 덕을 봤죠. 큰아이가 다녔던 민사고의 경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았어요. 정훈이도 덩달아 진로선택에 대한 정보를 접하는 기회가 생긴 셈이었죠”
온씨는 “아이들과 적어도 한달에 한번씩은 모악산을 찾아 등산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것이 부모로서 최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안에 법조계나 의료계에 계신 분이 많습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선지 아이들이 일찌감치 스스로의 진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봅니다. 공부방법으로 특별하게 강조한 것은 책을 많이 읽도록 주문했었죠”
“한글을 깨칠 때부터 책에서 손을 떼지 않도록 주문했어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동화책을 읽고 줄거리를 이야기하도록 했죠. 어느새 아이들이 책벌레가 됐고, 아이들이 책이 마음에 들면 여러차례 반복해서 읽었어요. 딱히 장르를 가리지않게 했고, 만화책도 많이 읽도록 했습니다”
자녀들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지켜보고,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 온씨의 부부의 자녀교육 비결은 평범했지만, 결과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취재 뒷얘기
온씨 부부는 자신들이 신문에 소개되는 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부모로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면서 사진찍기도 한사코 거부했다. 온씨 부부의 겸손함을 읽을 수 있었다.
온씨 부부는 정윤-정훈씨 형제외에도 대학 3학년에 다니는 큰딸을 두고 있다. 온씨는 “아이들에게 ‘성실하게 살고, 무슨 일이든 매사에 충실하라’는 충고를 들려줬다”면서 “앞으로도 고개를 먼저 숙이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온씨 부부의 자녀 교육법
사교육 보다는 학교교육서 해답 찾아야
자녀 스스로 방법 찾을때까지 기다려줘야
어릴 적부터 책벌레가 되도록 지도해야
무조건 강요보다는 부모부터 노력하는 모습 보여줘야
눈앞의 성과보다는 인성교육에 많은 시간 할애를
자녀 고민 들어주는 것이 부모가 할수 있는 최고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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