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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비전과 철학 담긴 조직개편 - 이강봉

이강봉(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장)

중국 은나라의 탕왕은 자신의 세숫대야에 “만약 하루라도 새로울 수 있거든 마음이 새로워지고 또 나날이 새로워져라”는 글을 새겨놓고, 매일 아침 자신의 때를 벗기듯 마음의 때를 벗기면서 나날이 새로워지고자 노력했다.

 

지도자는 이처럼 스스로를 새롭게 할 수 있어야 추종자를 새롭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조직의 문화전체가 새로워 질 수 있어야 그 조직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대의 부름에 적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찍이 율곡도 새로운 생각을 거부하는 당시 지도자 집단에 대하여 “궁하면 변하는 것이고, 변하면 통하는 것인데, 지금은 궁해도 변하지 않으니 어찌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한탄한 바 있다. 궁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집단이 있다면 공무원도 그 하나 중 일부일 것이다.

 

얼마 전 각 시군들이 민선 4기의 새로운 자치단체장의 주도하에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적극적으로 인사의 틀을 짜고 있으며, 파격적인 팀제의 도입과 보직이 없는 간부가 생겨나고 있다. A시의 경우 4국 2단 27과 117담당에서 6국 30과 129담당으로, B시의 경우에는 5국24과 116담당이 5본부 28팀 120파트, C군의 경우에는 1실 10과 2직속기관 1사업소가 1실 10과 2직속기관 3사업소로 바뀌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국이 단이나 실로 바뀐다는 용어의 선택이고, 오히려 공무원 정원이 늘어난 느낌이며 무엇인가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인사가 끝난 D군의 홈페이지에는 인사불만에 따른 인신공격과 비방, 악성 댓글이 난무한 것으로 보아 인사당사자인 공무원들의 반발일 것이다.

 

그동안의 행정관리체계는 지시 명령의 전달과 정부시책의 홍보 등, 관리체계위주로 조직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지방자치제와 IMF 국가위기체제 이후로 행자부 및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조직체계 정비와 인원감축 및 주민의 욕구증가 등으로 새로운 조직개편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행자부의 무리한 지침 아래서 자치단체장의 조직개편은 사실상 어려운 형태이며, 그저 흉내만 내고 생색만 내 왔다. 공직의 부하이자 선거구민인 공무원의 인사권을 자의대로 자치단체장이 표를 의식하고 행사하는 것은 이중잣대의 어려운 선택이다. 그러나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되고 있는 상황 아래서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지방정부의 경영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처럼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새롭게 대처해야 한다. 주민들은 적당히 안주하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아닌, 새로운 조직을 원하는 것이다. 특히 과거의 시스템으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 자치단체들의 조직개편 현실을 짚어보면 비효율적인 것을 개선하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논리를 고착화하고 강화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기존의 틀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적응하려고만 한다.

 

게다가 기존제도의 비효율성에 기인한 혜택 받는 조직이나 집단이 반발하고 기존의 틀을 유지하려고 하고, 집단적으로 똘똘 뭉쳐 있다. 자치단체장 역시 이에 편승하여 도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용역을 주어 조직개편의 적당한 명분을 찾고,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나 의회간담회를 통해서 넘어가고자 할뿐이다. 글로벌 경영으로 전 세계와 경쟁하고 있는 기업이 5년, 10년 후 기업의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남아야 할 조직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그 기업은 부실기업이 될 수 밖에 없듯이 비전과 철학이 녹아 있지 않는 조직개편은 그야말로 4년마다 되풀이하는 선전용 행사일 뿐이다. 진정한 조직개편은 과거를 뛰어넘고 미래를 향한, 자치단체의 철학과 리더십이 살아있는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강봉(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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