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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대학개혁의 출발점 - 이유선

이유선(군산대교수)

오늘날 우리 대학들은 심한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는 국공립대의 통폐합을 유도함으로써 사립대를 포함한 전체 대학의 구조조정을 꾀하고 있다. 졸업 후 취직자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학과들은 이미 폐과가 되었거나 사라질 위기에 있다. 그러나 이런 대학의 구조조정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에서 벌어진 구조조정의 과정에 비교해 보면 그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고 정도가 심하다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학벌주의와 온정주의의 보호막 안에서 대학들은 여전히 공부안하는 교수들의 철밥통을 보장해주면서 당신들만의 상아탑을 구축하고 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학교를 운영하면서 재단전입금은 거의 내놓지 않는 몇몇 사학재단들은 등록금 인상 담합에 대해서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서,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는 마치 민주투사라도 된 양 결사항전도 불사한다.

 

우리 대학의 후진적인 현 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여러 대학의 체육학과에서 폭력적인 신입생 신고식을 하는 장면을 매스컴이 보도한 것이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군기를 잡을 것을 교수가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 여학생이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퇴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것이 과연 체육학과만의 문제일까? 우리 대학사회는 권력을 둘러싼 패거리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폭력은 신입생 신고식에 비할 바 아니다. 대학강의의 절반정도를 교수가 받는 임금의 10분 1정도를 받는 박사 실업자들이 충당하고 있는 것만을 보아도 대학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권력들이 행사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매스컴은 대학이 변화를 꾀하는 긍정적인 사례로서 대학에서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와인관련 강좌나, 부자학, 사랑학 강의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강의를 한다고 해서 우리 대학들이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를 충족시키는 대학이 되지는 못한다. 이런 강의는 주부를 상대로 하는 백화점의 교양강좌로서 적합한 것들이다.

 

신입생 신고식과 와인 및 부자학 강좌는 반개혁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학생을 패거리 문화의 권력에 순응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후자는 시장질서에 순응시키려는 것이다. 대학 개혁은 대학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대학은 기존의 질서와 불합리한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진리 탐구의 성지로 남아야 한다. 세계화는 창조적이며 비판적인 지식인을 요구한다. 우리 대학은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은 부당한 기득권과 정의롭지 못한 권력을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진리를 말할 자격이 있음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유선(군산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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