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호(시인)
강남 간 뒤 몇 해고 돌아오지 않는 제비야! 花信이 북상하고 있어도, 삼월 삼짇날이 되어도 돌아올 줄 모르는 제비야!
이 땅에 非理가 많다고 해서 ‘비리구 비리구 비리구야’ 한다던 진동규시인의 싯구처럼 그 ‘비리’ 때문인지, ‘비린내’ 때문인지, 아니면 환경이 너무 오염되서 숨쉬기조차 어렵기 때문인지, 소식이 감감하기만 한 제비야! 보은의 흥부네 제비이든, 징벌의 놀부네 제비이든 권성징악의 상징으로 조선 천지 하늘을 벼락치듯 내달아야 할 조선 제비야! 남녘은 그만두고 저 비경으로 소문난 금강산에서도 통 보이지 않고, 흥부마을 남원골에도 전혀 보이지 않아 전설이 되어버린 제비야!
돌아와 다오, 제발 돌아와 다오. 아직 천선(遷善)은 못했어도 개과(改過)는 하려고 속차리고 있는 우리들의 가슴으로 펄펄 신나게 날아와 다오. 날렵하게 지성을 행하고 돈후하게 은혜 베푸는 그대, 연미복의 날씬한 모습을 보고자 하노니.
물안개 자욱한 호수위를 찰랑거리게 수면을 스치며 휘어올라 반공에 포물선을 긋는 봄날, 잠자리떼를 몰며 뭉게구름 속으로 자맥질하던 여름 날, 전신줄에 나란히 앉아 사람들 한해동안 눈속임하던 일을 고주알미주알 지지비비(知知非非:알고말고, 아니고 말고) 연(燕)나라 왕에게 고해받치던 제비야!
/소재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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