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오목대] 한미FTA와 농촌

한미(韓美)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이후 농촌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들어 가뜩이나 마음이 심란하던 판에 실낱같은 희망마저 빼앗기게 생겼으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 농민으로 산다는 것이 분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진작 농촌을 떠나지 못한 것이 한스럽기도 하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를 이어 농촌을 지킨 것이 원통하기까지 한 것이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피해 1순위 산업은 두말 할 필요 없이 농업이다. 돼지고기 쇠고기 감귤 고추 마늘 양파 배 사과 할 것 없이 주요 농산물은 죄다 10~20년 사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를 했으니 농촌은 이제 버틸래야 버틸 재간이 없게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쌀만은 협상 품목에서 제외시키지 않았느냐고 생색이다. 농민들이 고맙다고 큰 절이라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농촌이 무너지는 것은 의외로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농업의 특성상 주요 품목 하나만 타격을 받아도 연쇄반응을 일으켜 타 작목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주 농산물은 모두 걸려들었으니 농촌이 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다. 더구나 농촌은 60대 이상 노인들이 지키고 있다시피 한데 그들이 세상 떠나면 어느 정신나간 사람이 그 자리를 메꾸겠는가 말이다. 좀 심한 말 같지만 이왕 망하려면 가능한 빨리 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그래야 농민들 고통도 끝나고 대책다운 대책이 나올테니까.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는 농지지키기 만은 추상같이 하고 있다. 타 용도로 전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도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제한을 하는가 하면 외지인의 농지매입조건도 어찌나 까다로운지 돈이 남아 귀찮은 사람 아니고는 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 농촌이 동맥경화증에 걸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책임은 제대로 지지 못하면서 옭아매기만 하니 농촌에 활력이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역으로 부자나라가 된 일본은 아직 미국과 FTA를 맺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고 한국과 미국의 FTA 체결과정을 지켜본 후 만반의 대비책을 갖추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졸속으로 FTA를 타결해놓고 선점을 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우리와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농촌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외교 ‘강행군’ 여파 속 일정 불참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