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수욱(시낭송가·전북시낭송회장)
진숙아!
올 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지. 우리 집을 기웃이 넘어다보고 있는 이웃집 백매가 만개하였다. 화분의 금낭화는 겨울을 밀어내고 서너 개 새 촉이 붓끝처럼 흙을 밀고 올라와 있구나. 그런데 오늘은 느닷없이 눈비가 때리고 날씨는 영하로 곤두박질친다.
웬 일이야! 새 촉이 얼어죽을까 싶어 세숫대야를 모자 씌우듯 거꿀로 엎어 놓았다. 좀 볼품은 없지만 며칠만 참자고 말이다.
진숙아! 매화 그늘에 서서 우리 시낭송 한번 안 할래? 목련꽃 그늘 아래는 아니지만,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의 노래도 불러보자. 나는 시인이 아니지만,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진하지 않니? 시낭송만으로도 나는 벌써 시인이 되어 있지. 마음 속에 시를 담고 산다는 것은 하늘을 닮고 싶거나 신을 모시고 사는 사람들 못지 않게 행복한 일이지 않겠니? 오늘 우리 눈비를 훔쳐내고 어서 만나자. 봄날의 왈츠가 우리 사이를 가까이 좁혀오니 낸들 어찌 모른 척 하겠느냐?
나는 지금 네 곁에 가 있는 심정이다. 너의 낭랑한 시낭송 목소리도 듣고 싶구나.
안녕!
/표수욱(시낭송가·전북시낭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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