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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주열 열사와 4ㆍ19 혁명 - 윤일구

윤일구(국립임실호국원 현충과장)

1960년 4월 19일, 죽음을 무릅쓰고 대열의 선두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다가 경찰의 발포로 수많은 학생들이 차가운 포도(鋪道)에 선홍색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기막힌 광경을 본 어느 시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읊었다.

 

(전략)

 

4월 하늘을 보라

 

소녀의 눈동자처럼 곱지 않은가

 

누가 이 투명한 눈망울을 향해

 

총을 쏘았단 말인가

 

(중략)

 

역사는 증언해 주리라

 

우리가 꽃다운 청춘을 바쳐 찾은 것은

 

오직하나 자유

 

그리고 내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말아 달라고

 

1960년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는 교복을 입은 채 두 눈에 최루탄이 박힌 참혹한 형상을 한 어린학생의 시신이 떠올랐다. 그 학생은 마산상고에 입학하기 위하여 남원에서 올라와 데모대에 참가한 후 실종된 김주열 이라는 학생이었다. 즉각 이 사진은 당시 AP통신을 타고 국외로 전송이 되어 전 세계인을 경악케 하였다. 이 사진을 본 수많은 사람들의 분노가 3.15의거를 넘어 4.19혁명의 기폭제가 되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 땅에 자유를 찾아주었고 전 국민의 애도 속에 한줌의 흙으로 사라져간 김주열 열사는 살아서는 남원소년 이었고 죽어서는 자유혼의 상징으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다시 살아남게 되었다.

 

며칠 전 남원의 김주열열사 추모사업회는 열사를 추모하고 동서화합을 다지기 위하여 4월 9일부터 11일까지 남원의 열사묘소에서 마산의 국립 3.15 민주묘지까지 3.15와 4.19당시 희생자 숫자인 186명을 나타내는 장장 186Km 구간을 양도의 시민들이 이어달리는 함께 뛰기 행사를 개최했다. 출발 당일 열사의 생가에서 채화된 민주성화는 함양, 산청을 거쳐 마산의 3.15민주묘지에 봉송되어 꺼지지 않는 불로 남게 되었다. 이 행사는 자유와 정의를 사랑하는 전북, 경남 양도의 시민과 학생 등 약 4천여 명이 참가하여 열띤 성황을 이루었으며 전북과 경남의 경계지역에서 장승제와 동서화합 떡 나누기행사, 김열사를 기리는 남원영화제, 백일장 및 그림그리기 대화가 열려 행사를 뜻 깊게 했다.

 

여기서 우리는 4.19혁명당시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경찰들이 대다수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시위대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 역사적인 교훈을 전제로 살펴보고자 한다. 당시 마산의료원 영안실에서 김주열 열사의 눈에 박힌 최루탄 해체를 담당했던 군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그 최루탄은 무장 폭도들을 진압하기 위한 미제 고성능 최루탄 이었다 한다. 경찰은 그런 살상무기를 비무장 군중에게 무차별 발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사건을 은폐하기 위하여 김열사의 시신에 돌을 메달아 마산 앞바다에 수장시켰던 것이다.

 

자기 아들딸 또래의 어린 학생들에게 총을 난사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렸던 자들이 이 땅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진실로 부끄러울 뿐이다. 사라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음식도 거른 채 마산의 거리를 헤매다가 끝내 탈진하여 쓰러진 김열사 어머니의 모습이 스크린에 되살아나 지금도 우리들을 울리고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우리의 젊은 사자들은 주구(走狗)들의 총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독재타도를 외쳤고 그들은 끝내 자유를 쟁취했던 것이다. 4월 혁명은 순수한 열정을 지닌 학생들이 주도한 혁명으로서 3.1 독립만세운동의 맥을 잇는 최초의 시민혁명이자 민권수호혁명 이었으며 독재타도를 위한 시위운동의 전범(典範)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역사적 의의가 있다. 그리고 4월 혁명정신은 인간존엄을 부르짖고 자유와 정의를 표방한 차원 높은 운동으로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휴일에는 아이들 손에 하얀 국화꽃 한 송이 들려 남원 금지면에 있는 김주열 열사의 묘소에 가보라. 그곳에는 열사의 못 다한 넋을 달래주듯 분홍색 영산홍이 만개해 있을 것이다.

 

/윤일구(국립임실호국원 현충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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