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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아버지 방문밖에서 선잠 잔 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양점숙(시조시인)

사랑하는 동생 곤에게.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 내일인데 눈발이 날리고 바람이 차다. 봄바람은 첩의 영신이라 품속을 파고든다던 할머님 말씀이 생각난다. 날씨 고르지 못한데 어떻게 지내니. 밥이나 제 때에 먹고 있는지 걱정이 많다.

 

딸부자집의 외아들인 너는 부모님의 희망이며 누나나 동생들의 자랑이었단다. 어머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님마저 병석에 누워 13년간을 계셨으니 너의 맘고생 몸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잘 아는 누나지만 한 번도 아버지를 뫼시지 못해 늘 죄인이었다. 커다란 집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면서 한 번도 네 방에 들어가 편히 잠 들지 못하고 아버지의 방문 밖에서 선잠을 잔 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몇 년인데 아직도 방에 들어가 잠들지 못하는 너를 보면서, 올해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웃음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 딸들의 희망이다.

 

행복해라. 네가 베푼 만큼 네가 사랑한 만큼 사랑받고 살았으면 좋겠다. 네가 태어나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한 것처럼.

 

/양점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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