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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 새 생명의 탄생을 축하하며 - 윤승희

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제작부장)

얼마전 라디오 여성시대 프로그램에 한 남편의 사연이 도착했다.

 

축하할 일이 두가지나 있다는 것이었다. 원룸에서 살다가 열심히 돈을 모아 투룸으로 이사했다는 사실이 그 축하할 일중 하나이고 또 하나는 곧 있으면 넷째가 태어날 것 같으니 그것 역시 축하해 달라는 말이었다. 네째 아이 역시 감사하게 생각하는 아내가 고맙고, 아내의 부지런함과 알뜰함으로 드디어 투 룸으로 옮길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말이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 하다 땀에 절은 피로한 모습으로 돌아오면 여기 저기 뽀뽀를 해대며 “아빠 오셨어요”를 외치는 아이들 덕분에 자신은 늘 피곤이 씻은 듯 달아난다는 말도 덧붙이고 있었다.

 

방송 날짜를 알려주려고 사연에 적힌 휴대전화로 전활 걸어보았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더니 한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이쪽에서 말을 해도 소음 탓인지 잘 알아듣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그쪽 하는 말이 잘 안 들리니 문자로 달라는 것이었다. 문자로 전주mbc 임을 알리고 방송 날짜를 알리니 금방 답신이 오는데 자신의 휴대전화가 얼마전부터 수신이 잘 안되어 죄송하다며 선정해주어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누구보다 아내가 기뻐할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사연을 접하며 필자는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워져왔다. 주변의 어떤 경우는 둘째를 낳을 때부터도 선뜻 반기지 못하는 현실이 아니던가.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와 수명연장으로 2050년 경에는 스페인,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의 노인대국이 된다고 한다. UN미래사회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염려할 만한 일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지자체 등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출산장려금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전북발전연구원이 가임기에 있는 성인 남녀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출산장려금이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대답했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68%가 자녀 양육비 때문이라고 응답한 사실이다. 문제는 츨산장려금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양육비, 즉 교육비인 셈이다. .

 

한때 우리처럼 저출산에 시달렸던 프랑스는 적극적인 출산 정책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는 유럽에서 2위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고, 여성취업률은 출산율 만큼이나 높다. 완벽한 보육시설은 출근시간전에 아이를 받고 퇴근시간 후까지 돌봐준다. 공교육은 확실히 사교육을 압도해 부수적인 교육비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우리'가 낳아서 '우리'가 키운다는 사회공동체의식도 확고하다. 출산과 양육이 전적으로 개인의 몫인 우리나라와 정반대이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균등한 교육을 받게 하며 대학은, 서울대가 1등인 서열화를 없애고 서울이든 지방에 있는 대학이든 특성화시키는 쪽으로 나가야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사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사연의 주인공은 전혀 축하받을 일이 못 되는 상황이다. 살림을 해보고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걱정부터 앞세우며 따져 묻게 될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 웬 네째며, 앞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키울 거냐고,,, 그런데 이 사연이 방송에 나가자 청취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 시대 참으로 힘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사연이라며, 부부간의 신뢰, 가족간의 사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녀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한 젊은 남성은 가족간 갈등으로 힘들었는데 이 사연을 듣고 답을 알게 되었다면서 다시 한번 기운을 내보겠다고 했다. 또 다른 청취자는, 원룸에서도 사랑의 흔적이 셋이나 되었는데, 이제 투룸으로 옮기면 더 큰 일 내겠다는 축하 인삿말도 있었다.

 

가족간의 사랑은 아직도 미진한 우리 사회의 각종 정책을 보완해주는 대체프로그램이다. 자녀 양육, 노인 복지, 기타 사회복지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가족 네트워크가 대신한다. 곧 네째 아이가 태어날 그 가정의 용기와 가족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윤승희(전주문화방송 라디오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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