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시인)
석아.
자유와 민주가 목말라 온몸을 내 던지던 80년대. 거리마다 최류탄 내음이 가득한 서울의 한복판도 예외는 아니었지. 그러나 우리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꼭 살아야 한다는 오직 한가지 갈망속에 험난했던 하루하루의 서울 하늘아래 몸부림 쳤던 세월들이 지금도 스크린처럼 생생하게 오버랩 되어 가슴속을 파고 든다. 등골에 식은땀이 주루룩 흐른다. 얼마나 힘든 순간순간이었는가 말이다. 석아! 27년이란 아득한 뒤안길을 접은 오늘 난 공직자가 되어 고향에 머물러 있지만 넌 서울의 하늘 아래서 지난 몇 개월전까지도 나노기술을 위한 일념으로 나이를 초월한 채 혼신을 다했다 들었다. 그런데 그런 너에게 이건 너무 가혹하구나. 친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백색 침대에 누워 숨소리만 가쁘게 몰아쉬는 자네를 위하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 친구야 벌떡 일어나 말 좀 해라. 금방 하늘나라로 갈거라고 代洗와 함께 “요셉”이라는 세례까지 받았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막힐 노릇이구나. 生과 死는 우리 인간의 뜻이 아니겠지만 누군가를 위하여 석이가 해야 할 일들이 아직은 너무 많다네. 어서 일어나시게.
/이형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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