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일컫는 말은 서신, 서찰, 서한을 비롯 20여 가지가 넘는다. 그 중에서도 전한(前漢)의 소무(蘇武)가 기러기 발에 편지를 매달아 보냈다 해서 생긴 안서(雁書), 안신(雁信)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이와 함께 고대 이집트 제12 왕조(王朝)때 이미 편지 배달 직업이 있었고, 중국은 주(周)나라 때, 우리 나라는 신라 소지왕 9년부터 우편 제도가 있었으며, 일본에서 '편지'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에도(江戶) 초기 고마쓰 시게미(小松茂美)의 '手紙 の 歷史'에서부터였다는 사실도 알아 두자.
편지 중에서도 거창한 공적(公的)인 것이나, 수식과 분식으로 얼룩진 명사(名士)의 공개된 편지 보다는 사신(私信)이 좋은 것은 아마도 그 사람만의 음성이 들리고, 입김이 피어오르고, 체취가 감겨올라서가 아닌가 싶다. 티 하나 없는 옥같은 손길로 쓴 귀인이 보낸 편지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다는 소리를 환청(幻廳)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또 전선(戰線)에서 보낸 낭군의 편지는 어떻고…….
오죽했으면, 전해 주는 배달부가 사립문도 못 가서 복받치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을까.
그건 그렇고, 편지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고비'란 무엇인가? 옛날, 몇 십 년 묵어 누렇게 된 편지들이 꽂혀 있는 초가 문설주 위의 편지 주머니가 '고비'다 오늘날에는 고층 아파트 문간에 작은 아파트처럼 매달린 우편함(편지통)이나, 정겨운 사신은 드물고 타이핑된 삭막한 고지서나 광고용 팸플릿 따위가 아니면 배달용 정기 간행물만이 꽂혀 있는 육중한 철문 위의 그 무자비한 구멍 역시 '고비'라 해도 좋겠다.
아슬아슬한 고비, 고비나물의 고비와 '투전의 일곱 끗'의 고비만 알아서야 되겠는가. 주고받는 편지로 고비가 넘쳐흐르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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