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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사랑한다는 것은...- 송년홍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어떤 사람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아름다운 씨앗들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또 피어났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노란 민들레는 다시 또다시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전화를 걸어 민들레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몇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다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가지 방법을 일러주었다. 그것은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내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내 편에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 왜냐면 나와 다른 사람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삶은 같을 수 있지만 삶의 방식이 다르고 삶의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내 입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좋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니다. 민들레는 아름다운 꽃이다. 민들레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아름다움이나 소중함 보다는 다른 잔디를 헤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민들레도 소중한 아름다운 꽃 중의 하나로, 다른 꽃들과 함께 자라는 것으로 생각하면 민들레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달라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나와 함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나 인상이 좋은 사람, 또는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뜻이 다른 사람들, 나를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 또는 나와 반대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은 잔디와 민들레가 함께 자라는 아름다운 풀밭을 만드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내가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하고 있다. 매일 자식들을 위해서 정성을 다하고 기도하는 부모님의 사랑, 새벽에 다른 사람들이 깨끗하게 살 수 있도록 청소하는 청소부들,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봉사하는 사람들, 한 개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선생님들, 손님들을 안전하게 실어다 주는 버스기사들, 우리 주위엔 날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내가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것을 느끼는 그 순간 우리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

 

/송년홍(전주 동산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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