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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새벽 물안개에 덮여서인지 잔디가 아직누워있네요

이숙자(수필가)

봄이 되면 가끔 왕궁의 함벽정으로 달려갑니다.

 

그 호숫가에 앉아 님의 모습을 그려보노라면 물결까지도 포근해집니다.

 

일상생활에 지칠 때면 젊고 푸릇했던 날의 추억이 더욱 애잔하게 안겨오고 그 추억의 사람을 잠깐 떠올리며 행복해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새벽녘 물안개에 덮여선지 강둑의 잔디가 아직 누워 있는 채 일어서지 않고 있네요.

 

마치 이루어지지 못한 우리의 사랑을 닮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호수 건너에서 솔바람이 사르르 건너오던 날이면 우리의 속삭임을 바람에 묻혀 서로 들었지요.

 

때로는 호수에 깔아놓은 저녁놀을 바라보며 어둠이 내릴 때까지 지켜보기도 했고요.

 

아침이슬 속에 피는 나팔꽃 같던 젊은 사랑의 날들이 어디로 가고 벌써 반백이 되었을까.

 

나이들수록 옛사랑이 그리워집니다.

 

혼자서 그 길을 걸으며 벚꽃잎을 한 잎 따서 가슴에 붙여 봅니다. 옛사랑의 향기가 맡아지는 듯합니다.

 

그 사람도 어디선가 가끔 우리의 사랑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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