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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운 말이 인격을 만든다 - 김형중

김형중(전북여고 교사)

먼 곳을 향해 쏘는 화살이 더 멀리 간다고 하던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고 했던가.

 

높고도 푸른 꿈 속에서 살아가는 젊음의 새내기들은 직장이든 학교든 간에 평소 간직한 아름다운 꿈을 현실에서, 나아가 미래에서 그려내기 위해 많은 시간들을 투자해 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투자의 대부분이 혹시 지식 위주는 아닌가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땀 흘리며 쌓아올리는 지식이나 상식은 반드시 ‘인격’의 토대 위에 얹혀 있어야만 보석처럼 영롱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교육의 초점을 취업이나 입시에 맞추는 분위기가 강하다보니, 인성교양의 중요성을 제대로 잡아주고 안내하는 기회가 사라져 가는 것이 오늘날 교육과정의 현주소다. 그러다보니 교양을 말하고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말하면, “이 바쁜 세상에서 눈앞에 닥친 입시준비도 힘든데 무슨 잠꼬대냐”는 냉소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다운 인간의 기본을 져버리고 권세나 물질만능의 욕구 충족에만 안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이 배워 학식이 많은 사람과 교양이 있는 사람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 또는 전공분야 지식이 깊은 교수나 박사(博士)라 하더라도 언행이 단정하지 못하면, 그는 일개 학자일 뿐이지 교양인 또는 지성인은 아니다. 따라서 넓고 깊은 학문을 지녔어도 교양이 없으면 그것은 사장(死藏)된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교양인을 가늠하는 척도 중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은 언어를 구사하는 행위다. 거치른 말로 상대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는 언어의 비수를 던지거나 모함을 하며, 꾸민 행동으로 피해를 주는 비신사적 행동할 한 사람은, 끝내 자신도 그렇게 상처를 받고 자멸할 수밖에 없다.

 

임어당 박사의 ‘생활의 발견’이란 에세이 중에 ‘미인은 말(言語)을 할 줄 알아 꽃보다 낫고, 꽃은 향기가 있어서 미인보다 낫다. 동시에 미인과 꽃을 한 손에 쥘 수 없을 때에는 향기를 뿜는 꽃보다도 말을 하는 꽃을 택하겠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말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우리들은 생명을 보존해 주는 공기의 고마움에 무감각한 것과 같이 날마다 의사전달을 하는 언어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바르게 말하고, 철자법 따라 쓰는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그저 자기는 의사전달이나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기능만 갖고 있으면 된다는 사고가 현대인들이 처한 비극 중의 비극이다.

 

흔히 쓰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의 중요성을 깊이 느꼈으면 한다. 교양의 정도를 무시하고 그저 생활수단의 학식에만 전념하는 오늘의 사회에서 교양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수준 높은 지식인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밝은 사회가 이룩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구의 대학에서는 2학년 때까지는 전공보다는 교양을 중시하고 3학년이 되어서야 자기가 나아갈 전공분야를 선정하여 공부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대학이란 어떤 지식인만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교양 있는 시민을 키우기 위해 일반적으로 개론적인 학문을 가르칠 뿐이며, 더 나아가 참된 지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기초를 닦아 자신을 위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정신과 지식을 쌓는 곳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올바른 사고를 갖고 또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는 참신한 인격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가꾸어 간다면, 아름다운 내일을 활짝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김형중(전북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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