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5:57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글 한편 발표할 때마다 뒤꼭지가 뜨거워지죠

강신재(시인)

오세영선생님, 이렇게 라일락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면 사십여년전 자주색 교복을 입었던 여고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고, 또 선생님의 그리운 얼굴도 떠올려집니다.

 

점심시간이면 음악이 흐르는 운동장에 나가 선생님 모습을 쫒고, 방과후엔 며칠에 한번씩 글을 써가지고 선생님을 찾아 갔었지요.

 

선생님께서는 한번도 칭찬을 해 주시지 않으셨지만 서울의 학교로 떠나시기 전까지 꾸준히 선생님을 찾아 갔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때의 가르침으로 지금껏 제가 문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선생님의 문학 세계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현듯 고백하듯 저의 긴 편지에 답장을 보내주신 선생님. 글을 쓰고 있는 저애게 “참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구나” 라고 해주신 선생님.

 

가끔씩 책에서, 방송에서, 선생님 모습을 뵐 수 있지만 왠지 선생님 앞에 서면 자신이 없어져 찾아 갈 수도 없어 그냥 그리워만 합니다.

 

선생님을 그리워 하는 시간은 저도 열다섯 여린 소녀로 돌아갑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남은 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문학의 길잡이가 되어주시는 선생님.

 

지금도 글 한편 발표할 때마다 선생님께서 보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뒤꼭지가 뜨거워 집니다.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평선으로 내려 앉는 보랏빛 햇살이 너무 곱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오.

 

/강신재(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