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환(전북대병원 감사)
고구려는 한때 대륙의 지배권을 놓고 중국과 자웅을 겨루었었다. 지금은 중국 땅이 돼버린 요동지역을 발판삼아 끊임없이 중원 진출, 즉 대륙 통일을 시도했으며, 중국에게 고구려는 항시 위협적인 ‘이민족’이었다. 이민족이라 함은 중국이 오랫동안 고구려를 한국의 고대 국가로 인정해왔으며, 중국의 역대 역사책들이 고구려사를 이론의 여지없이 한국사로 간주해왔음을 의미한다. 즉 고구려는 우리 선조가 세운 ‘우리나라’였고, 요동은 우리나라인 고구려가 지배했던 우리 땅이었던 것이다.
중국, 고구려사 한국사로 인정
중국정부도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최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이 2005년 11월 출간한 국가별 개관서 <열국지> 를 보면 <열국지> 시리즈 한국편 42쪽과 43쪽에서 고조선과 고구려를 한국사로 정식 인정했다. 열국지> 열국지>
그럼에도 중국은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 동북공정은 지난 2002년부터 예산 3조원을 투입하는 등 중국정부의 거대한 국가전략을 바탕으로 적극 진행되고 있는 대 한반도 전략이다. 동북공정의 핵심은 고구려를 한국사에서 제외시키자는 것이다. 즉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 민족이 세운 지방정권으로 규정함으로써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하기 위함이다. 이런 저의는 중국의 신제국주의를 위한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는 동시에 한반도 통일 이후를 대비해서라는 것이 국내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반도 통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영토분쟁에서 역사적 선점을 하는 동시에 조선족의 이탈도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현실화’된다는 것은 고구려는 물론 고조선과 발해의 역사까지도 한국사 영역에서 고스란히 제외시킴으로써 우리 한국사가 시간적으로 2,000년, 공간적으로는 한강 이남으로 축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고구려를 국사가 아닌 세계사에서, 주몽이나 광개토태왕, 을지문덕, 양만춘 장군을 우리 선조가 아닌 중국인으로 배우게 된다. 모골이 송연할 만큼 끔찍한 역사 왜곡이다. 어떤 희생이나 대가를 치르고라도 중국의 이런 불순한 기도를 저지해야 할 이유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2004년 설립한 고구려연구재단을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흡수통합 시키는가하면 1909년 일제가 불법으로 청나라에 넘긴 간도의 반환 등 현안에 대해서도 그저 꿀 먹은 벙어리이다. 물론 이 시점에서 ‘영토 주장’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북공정의 역사왜곡에 대해 항의하고 경계하며, 학술적, 외교적, 문화적 대책을 철저히 세워 민족의 자존심 회복과 역사바로세우기에 나서라는 것이다.
정동영, ‘대륙’을 꿈꾸다
지극히 당연한 이런 일들이 이 정부는 물론 차기 대선주자 진영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유일하게 ‘대륙의 시대’를 열겠다며 ‘대륙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정 전 장관은 “대륙 진출은 차기 정부가 이룩해야 할 거대 비전”이라고 의미심장한 전제를 달며 “남북 왕래를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을 걷어낸 뒤 철도를 연결해 북한을 거쳐 대륙으로 진출하자”고 주장한다. 미국이 서부 개척을 통해 부를 축적했듯이 대륙 개척을 통해 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것이다. 고구려 이후 1천3백여년 동안 중단됐던 대륙 정책을 정 전 장관이 주장하고 있다.
/장세환(전북대병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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