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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약물중독자 재활시설 시급하다 - 신태용

신태용(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우리는 환자입니다. 우리를 병원으로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마약을 구할 수 있습니다.” “나를 여기에 보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열쇠가 채워진 몇 개의 문을 통과해서 만난 마약류 중독자들로 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대부분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굴 모습이 편안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을 건강하게 사회로 복귀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들이 마음속의 분노를 잠재우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발걸음이 무겁다. 무엇인가 가슴을 짓누르고 큰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다. 굳게 다쳐져 버린 철문을 뒤돌아서 바라보면서 나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6월 26일은 UN이 정한 마약퇴치의 날로 올해는 17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마약퇴치를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단속을 하고 있지만 마약류의 사용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정부 당국의 강력한 단속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들의 예방활동으로 마약청정국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마약류에 대한 정책은 중독자에 대한 처벌이나 격리수용 등 사법처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단속과 예방 활동도 중요하지만 중독자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도 역시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다. 현재 치료가 요구되는 중독자에 비해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은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치료기관의 부족이란 문제가 사회화 되지 못한 데는 중독자 자신이나 가족, 사회구성원 모두가 마약류 중독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중독자의 치료는 일반 환자의 치료와는 차이가 있으며 완치율이 매우 저조하다. 또 재활에 성공하기 매우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중독자의 치료는 육체적 치료와 정신적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육체적인 치료는 약물 사용의 중단에 의한 육체적인 고통 및 합병증을 치료해 주는 것이다. 정신적인 치료는 육체적인 치료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측면에서 중독자가 건전한 사고방식을 갖게 하고 직업교육까지도 실시하여 사회에 복귀했을 때 다시는 마약류에 노출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중독자들은 가정으로부터 소외되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다시 가정공동체의 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중독자 스스로도 치료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보살펴주고 긴 치료기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일이다.

 

마약류의 사용은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까지 일으키게 된다. 중독자의 공통적인 유형은 가정을 파괴시키고 더 나아가 실업과 중독자들끼리 모이는 이질집단을 형성하여 공동체 사회를 파괴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마약류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나와 내 가족은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마약류 사용의 예외자가 될 수는 없다. 나 자신을 비롯하여, 내 가족, 이웃 등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마약청정국가로 계속 남아있기 위해서는 법적인 단속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독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병원과 재활기관의 설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우리 모두가 예방활동과 재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마약퇴치의 날을 보내면서 정부 당국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해본다.

 

/신태용(우석대학교 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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