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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여름철 집 관리

장마때 집안에 불 지피는 것도 상생

사람이 살지 않으면 집은 쉽게 폐가가 되고, 무너지게 된다. 이상한 일이다. 집도 사람이 만든 물건이니, 사용을 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살지 않고 가만히 잘 모셔두는 것이 더 오래 갈 텐데, 집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물론 옛날 집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현대식으로 잘 지은 콘크리트집이나 벽돌집도 마찬가지다. 집을 비우고, 사람이 떠나면 금방이라도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을씨년스럽게 변한다. 여름 납량특집에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가슴 서늘한 집들은 대개가 그렇게 사람이 떠나버린 ‘빈집’들이다. 그런데 사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따로 있다. 상생상극(相生相剋)이 작용하는 탓이다.

 

상생이라고 해서 뭐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보통 물(水)을 자양분으로 해서 나무(木)가 생존하게 되는데, 이를 오행에서는 수생목(水生木)이라고 한다. 물과 나무는 서로 돕고 살리는 상생관계라는 얘기다. 이와 반대로 잘 타는 불길도 물을 끼얹게 되면 삽시간에 불은 꺼지게 되는데, 이것은 물과 불이 서로 상극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나무는 어린 묘목 때부터 물을 먹고 자란다. 물이 나무를 길어주는 것이다. 이른바 절대적인 상생관계다. 어떻게 보면 다정한 연인사이 같다. 그런데 무심한 게 세월인지라, 그 끔찍하던 관계도 슬며시 변하게 된다. 연인의 마음도 변하게 되고, 나무도 변하게 된다.

 

변하면 바뀌게 되는데, 사실 그때부터가 문제다. 생목(生木)일 때와는 달리, 물이 필요 없게 된 재목(材木)은 이제 정반대로 물을 아주 싫어하게 된다. 하루라도 안보면 못 살 것 같던 연인들이 하루아침에 쌀쌀맞게 돌아서는 것과 흡사하다. 이른바 상생관계에서 상극단계로 돌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집은 대부분 목재로 그 뼈대를 만들게 되는데, 그것도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를 잘라서 집을 짓는다. 그렇게 나무는 죽어야 재목이 된다. 그런데 생사를 달리하게 되면 모든 게 반대로 뒤집혀지는 모양이다. 그래서 살아있을 때와는 달리, 집의 뼈대를 구성하고 있는 목재도, 한 때 그토록 다정했던 물과 철천지원수 같은 상극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자연적으로 집에는 팽팽한 상극의 기운이 감돌게 된다.

 

그것을 불(火)이 중재를 한다. 집에 사람이 살게 되면 자연적으로 불을 사용하게 되는데, 불이 집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목재의 기운을 북돋워주고(木生火), 마치 원수처럼 달려드는 물을 눌러주게(水剋火) 된다. 불로 인해서 물과 나무는 절묘한 상생상극관계로 균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물론 빈집은 그게 되지 않는다. 화기(火氣)가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장마 때는 눅눅한 집안공기도 바꿀 겸, 기분전환도 할 겸, 아니 무엇보다도 집안에 수기(水氣)를 막을 화기(火氣)를 북돋우기 위해서라도 가끔씩 집안에 불을 지펴보는 것이 좋겠다.

 

/삼호건축사사무소·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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