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애(소설가)
박영자 시인.
그 무렵… 우리가 다 같이 어려움에 처했던 어떤 날의 풍광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한 두 여인의 돌이킬 수 없는 처신으로 우리는 그 날 벙어리가 되었고, 모두는 정의를 상실시킨 주범의 동질감으로 서로가 눈길조차 마주치기를 거부하고 말았으니까요. 지난 이야기를 어찌 들추느냐 하면 그때, 누구보다 박시인의 상처가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오물을 뒤집어쓰는 이야기를 하게 됨을 용서하세요. 내가 나서서 왜 박 시인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했을까 그게 아마 한스러워 이러는 모양입니다.
박영자 시인. 어스름 초저녁 하늘을 쳐다보면, 약간 날카롭기도 하고 좀 새초롬하기도 한 초승달이 떠 있습니다. 초승살은 자기 구보를 벗어나는 일이 없습니다. 탐욕스럽지 않은 초연한 모습으로 말갛게 자기 주위를 깨끗하게 해주고 사라집니다. 그러나 서럽도록 해맑은 모습으로 어김없이 또다시 떠오르지요. 사람들은 무수하게 서로 마주치며 살아갑니다. 또한 그 안에서 인간의 여러 행복도 창출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누구와 만나느냐, 누구와 깊은 영혼으로 마주칠 수 있는가, 그것이 인간의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군요. 박영자 시인은 누구에게나 좋은 벗으로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부디 건강하고 Cheer up!
/이명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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