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부(수필가)
G형!
흰 눈이 쌓인 날 정해년 달력을 벽에 걸면서 올해에는 새롭게 알차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모내기철이 되어 들녘이 짙푸른 벌판으로 변했군요.
진안이 집인 L형, 무주가 집인 G형과 장수가 집인 나는 48년전 J시 S고교에서 만나 학교를 같이 다녔지요. L형은 독실한 그리스도교 집안으로 좀 넉넉한 편이어서 학비를 못 내는 친우를 대신하여 내주는 등 맡형 같은 모범생이고, G형도 독실한 그리스도교 집안으로 항상 웃음으로 대하였지요. 나만 뚜렷한 종교가 없는 조금은 저돌적 성격이었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통하여 장래에 착실한 사람이 되자고 다짐도 하였었지요. 체력단력으로 모악산을 넘어 오다 옻나무를 꺾어 지팡이로 사용 옻이 올라 고생하던 일, 하숙도 한 집에서 하면서 밤잠을 설치며 공부하던게 생각납니다. 다른 친구들은 우리를 무진장 3총사라 불러 주었지요. 방학때면 서로의 집을 방문하여 부모님에게 인사드리고 냇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맛있게 먹었던 일이 영화처럼 재생됩니다.
지금은 모두 이순을 넘기고 G형과 나는 직장에서 물러나 흰머리에 이모작 인생을 가꾸고 있으나, 개인 사업을 하던 L형이 지병으로 세상을 갑자기 떠났음을 몇 달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어요. 이제 우리 들이라도 자리를 만들어 L형의 이야기와 그 동안 적적했던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고 엽서를 띄웁니다.
/김홍부(수필가ㆍ장수문협 지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