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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준 열사와 헐버트 - 이병렬

이병렬(우석대 문화사회대학장, 행정학과 교수)

7월 14일은 이준열사가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순국한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그 분께서 순국하시기 2년 전 1905년 일본제국주의는 서유럽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 한국의 보호국화를 승인받은 뒤 강제로 을사늑약을 체결하였다.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당하고 주권상실의 치욕을 당한 뒤 멀리 맨 처음 영국 런던에서 이한응 주영공사께서 자결(1905년 5월 12일)로서 굴욕의 한을 매듭지었고 그 후 국가운명의 중심에 서있던 민영환 공께서 뒤를 이어 자결하였다. 또한 헤이그 열사의 한분인 이위종 참사관의 부친 이범진 주러시아공사도 한일합병의 울분을 못이겨 19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을사늑약 후 고종은 1886년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서구식의 교육기관에서 한국의 교육에 종사하고 있던 헐버트를 통해 “보호조약은 병기로 위협하여 늑정(勒定)했기에 전혀 무효하다”는 내용의 급전을 미국정부에 전달했으나, 미국은 반응이 없었다. 또한 고종은 서울의 각국 공사들을 상대로 조약의 부당성을 호소했으나, 역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이에 고종은 1907년 6월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2차 만국평화회의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이 만국평화회의는 러시아황제 니콜라이 2세의 주창으로 열리는 회의로 40여개국의 대표 225명이 참석하는 것인데 주로 중재재판, 육해전법규 등을 논의하지만 사실상 열강간의 식민지 쟁탈전에 따르는 분규를 해결하기위한 국제법 회의였다. 1907년 3월 하순 이준열사는 극비리에 고종을 만나 세계 각국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을사늑약이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임을 선언 하는 한편, 한국의 독립에 관한 열강의 지원을 요청할 것을 제의하고, 고종의 밀서를 받아 헤이그특사단의 부사가 되었다. 4월 22일 서울을 출발 블라디보스토크에 가서 정사 이상설과 합류했으며, 다시 이위종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합류했다. 그곳에서 만국평화회의의 주창자이며 의장국인 러시아정부의 지지와 후원을 기대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6월 25일 개최지인 헤이그에 도착했다.

 

이들은 곧 만국평화회의 의장에게 고종의 친서와 신임장을 전하고 공식적인 한국대표로서 회의 참석을 요청했으나, 한국은 이미 일본의 보호국이므로 1국을 대표하여 참석할 자격이 없다하여 거부되었다. 이에 세 특사는 일제의 침략을 폭로 규탄하고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선언하는 공고사를 작성하여 각국 대표에게 보내는 한편, 언론기관을 통하여 국제여론을 환기시켰다. 그러나 열강의 냉담한 반응으로 회의참석의 길이 막히자 통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에서 이준열사는 순국했다.

 

이 세열사와 함께 우리가 기억해야할 ‘제4의 열사’가 있다. 그가 바로 헐버트이다. 일제의 침탈에 맞서는 고종황제의 밀사로서 헤이그에 파견되어 3열사의 활동을 지원하고 항일운동을 하다가 1910년 일제에 의해 추방당한 헐버트는 평생 한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국의 열사이다. 외국인으로서는 첫 건국훈장 독립장에 추서되고 양화진에 뭍혀있는 미국인 헐버트는 1886년 육영공원 영어교사로 15년 동안 한국의 교육에 종사하면서 서양인 최초로 한국의 문명화에 필요한 세계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사민필지’라는 한글로 된 최초의 세계지리 교과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준열사의 순국 100주년을 추모하며 100년 전의 국내상황을 되새기면서 애국과 애족만으로서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역사적 교훈을 인식하고, 혁신과 개혁적 의지를 가지고 국운을 개척할 용기와 국가전략을 다듬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 동계올림픽 유치에서도 국력의 중요성을 일깨운 바 있는 우리 모두는 100년전을 거울삼아 새롭게 정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병렬(우석대 문화사회대학장,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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