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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모방할 수 없는 비빔밥 제조비법 - 김대곤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최근 중국쪽 실크로드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우루무치를 기점으로, 가욕관 주천 돈황 투루판을 둘러보는 왕복 2,600km의 여정. 장거리 이동은 야간열차를 이용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이틀밤을 열차 침대에서 흔들리며 고비(戈壁)사막을 달렸다.

 

투루판(吐魯番)역에서 열차승무원들과 얘기를 나눴다. 외국인과의 대화는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한국에서 왔다 하니, 한 승무원이 제주도에 갔었다고 자랑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한국에 가고 싶은 곳이 또 없느냐고 물었다. 한국은 좁아서 볼 게 별로 없다는 의외의 대답. 중국을 다니다 보면 규모면에서 우리와 비교가 안된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되지만, 중국 서민의 입에서 그런 대답이 나오리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한국 음식은 매우 좋았다고 말한다. 김치 비빔밥 랭면에 개고기까지 꼽는다.

 

얘기하고 싶은 건 우리 관광자원에 대한 객관적 평가다. 설악산 금강산에 미쳐 있다가, 계림이나 황산에서 낭패감을 느끼는 한국인은 없을까? 북경 자금성 앞에서 경복궁 자랑이 쉽게 나오나? 현재도 사용되는 돌로 만든 2천년 된 길이나, 사람이 살고 있는 몇백년 된 대리석 집이 즐비한 로마의 거리를 지나면서 우리 건축물 얘기가 쑥 들어가는 경험은 없었나? 높은 수준의 문화감식안을 보통사람들에게 강요하지는 말자.

 

어쨌건 그들의 입에서 나온 비빔밥이란 단어가 내 귀를 뚫었다. 관광이란 경치나 유적만을 보는 게 아니다.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가 바로 자원이다. 그런 면에서 비빔밥은 경쟁력이 있다. 비빔밥의 원조로서 전주가, 전북이 세계적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까?

 

비빔밥이 모양과 맛, 영양 측면에서 세계 초일류 음식으로 상찬된다 해도, 그 자체가 사람들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비빔밥 말고도 자랑할 게 많은 전북에서 관광산업이 굴뚝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결국은 사람이다. 한 예로 친절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무엇도 내 지갑과는 상관 없는 아이템이 된다. 친절은 더 이상 서비스가 아니다. 친절 자체가 하드웨어가 되지 않으면, 작은 식당 하나도 성공할 수 없다.

 

전북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북이 멋과 맛과 소리의 고장임을 알고 있다. 그들을 불러오는 것은 비슷한 문물이 즐비한 다른 곳과의 차이가 무엇이냐에 달려 있다. 모양과 맛이 같은 비빔밥은 어느 곳에서도 만들 수 있다.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전주비빔밥을 만드는 법, 그것은 사람 냄새 풍기는 전북인의 정(情)이 해답이 아닐까? 찾아오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그것이 ‘낙후 전북’을 ‘잘 사는 전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길이 아닐까?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

 

김대곤 이사는 전주 출생. 성균관대 법대 졸. 동아일보 기자. 대통령 공보비서관. 월드컵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사무총장.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국무총리 비서실장.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이사장.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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