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산야에 온통 초록물을 엎질러놓은 듯한 7월입니다.
돌아볼 것이 많아진 이순의 나이에, 귀향한 지 두 달여 되어갑니다.
이제 생의 하반기를 이곳에서 어머니처럼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새들과 도둑고양이랑 풀들이 텃세를 부리고 있지만, 새벽잠을 깨우는 새소리와 청량한 공기, 쑥쑥 자라는 옥수수가 편리함에 젖어있던 아파트생활을 금방 잊게 합니다.
거기다 아랫채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와 갓난애 울음소리. 참새들의 회의장소인지 뒤뜰 감나무에 우르르 몰려와 온종일 재잘대다가 해질녘이면 기왓장 사이사이 보금자리로 돌아가고 나면, 어둠에 덮이는 밤다운 밤의 신선함이 좋으네요.
문제는 끈질기게 돋아나 기세 좋게 영역을 넓혀가는 풀, 풀들과의 전쟁입니다.
그 옛날, 7월 염천 하에서 밍밍한 물 한 주전자로 더위와 허기를 달래며 매일같이 콩밭, 깨밭을 매셨던 어머니를 떠올리면 이까짓 풀과의 싸움이 엄살 같아서 부끄럽네요.
“엄니∼”하고 불러봅니다. 늙어가는 내 모습에서, 목소리에서 문득 당신 숨결이 느껴지데요. 조금 더디게, 모자란 듯 사는 게 제 삶의 방식이지만, 어머니처럼 잘 살 수 있도록 낙원에서 기도해주세요.
/양복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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