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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하회탈같은 할아버지는 마을 큰 느티나무십니다

이현구(시인)

하루 몇 번 시골버스 지나가는 동네 길목에 지붕 낮은 담배가게가 있습니다.

 

버스표나 담배 과자 학용품 등을 파는 구멍가게는 마을이 커지고 농협 연쇄점이 들어오기 전부터 동네 사랑방처럼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그 곳에는 항상 하외탈 같은 웃음으로 사람들을 맞아주는 담배가게 할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유난히 작고 외소한 체구를 가지셨지만 마음은 누구보다도 넓고 따뜻하셔서 이익때문에 사람들과 다투는 법이 없으셨고 자신의 주장이나 언성을 높이지 않으시고 항상 다른 사람 말에 귀기울여 주셨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같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분이십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삶이 괴로워지면 무언가 사는 척하며 할아버지 담배가게를 찾아갑니다.

 

많은걸 여쭤보지 않아도 할아버지를 뵈면, 그 소박하신 얼굴과 하얀웃음을 뵙고 있으면, 마음 속 탐욕들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느껴집니다. 시골 마을에 서 있는 큰 느티나무처럼 사람들에게 휴식을 주시고 사람을 사랑하시는 그 마음은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현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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