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5:44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경제 chevron_right 건설·부동산
일반기사

[정창석의 건축담론]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는 누구나 살고 싶은 주거의 모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근교에 도심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님과 함께 사는 것이 하나의 모델이 되지 않을까. 경제니 기능이니 하는 개발위주의 삶속에서 잊고 살아왔던 옛 선조들의 생각들을 되새겨보고자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 웰빙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어 의식주의 어느 분야에서도 만능으로 통하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주거의 분야를 다루는 건축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따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땅을 생명을 가진 유기체로 생각을 했었다. 지리학이란 이름도 땅에 이치가 있다고 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이 생각한 사람이 살만한 땅은 첫째 지리(地理)가 좋아야 하고 다음은 그곳에서 얻을 경제적 이익 즉, 생리(生利)가 있어야 하고, 다음은 고장의 인심이 좋아야 하고 또 다음은 아름다운 산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네가지가 다 충족이 되지 못하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 지리가 좋아도 그곳에서 생산되는 이익이 모자라면 오래 살 곳이 못되고, 생산되는 이익이 비록 좋을 지라도 지리가 좋지 않으면 오래 살 곳이 못되고, 지리나 생산되는 이익이 좋아도 인심이 후하지 못하면 후회할 일이 있게 되고, 가까운 곳에 소풍할 만한 산천이 없으면 정서를 화창하게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택지를 선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홍만선의 산림경제에는 주택지는 평탄하고 좌우가 긴박하지 아니하며, 앞이 넓고 트였으며, 기름지고 물맛이 감미로워야 한다. 주택지에서 왼편에 물이 있는 것을 청룡이라 하고, 오른편에 긴 길이 있는 것을 백호라 하며, 앞에 못이 있는 것을 주작이라 하고, 뒤에 언덕이 있는 것을 현무라 하는데 이렇게 생긴 곳이 가장 좋은 터라고 말하고 있다. 감여가들이 말하는 배산임수, 전착후관(前窄後寬), 전저후고의 삼요개념도 같은 개념들이라고 본다. 주위가 산과 강으로 둘러 있어 어머니의 품안에 있는 것처럼 안온하게 느껴지는 장소가 좋은 땅이라고 한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해 갈지, 아니면 전통이 역사의 그늘 속으로 숨어 다른 형태의 새로운 가치로 변화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많이 달라졌고, 변화해 가는 틈바구니에 있다. 사람은 역사도 만들고 지리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새로이 만들어진 구조의 틀속에서 살아가느라 과거를 되돌아 볼 겨를이 없이 살아가고 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우리의 주거환경에서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좋은 땅을 찾아보는 것도 휴가철의 좋은 계획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경제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