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시인)
햇살이 라일락을 깨워 눈 뜰 때 형은 끝내 먼 길을 가시었지요.
형과 헤어질 때에는 울며불며 당신 없인 못 산다고 푸념했던 제가 이렇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잘 살고 있네요.
그 곳에서 사는 또 다른 세상의 삶은 어때요? 아픔도 슬픔도 눈물도 없는 곳이라 생전의 모습으로 가슴에 남아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들로 솟구쳐 가슴앓이로 도졌다가 빠져나가곤 한답니다.
형, 제가 사는 이 곳은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세상이 나를 헐값으로 두들겨 패기도 합니다.
바보같이 늘 당하기만 하면서도 끌어안고 용서하며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시고 보여주셨지요.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나침반이 되어주신 당신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사람 중의 사람이었지요.
오늘은 제게 보약이 된 건강한 말씀들이 새록새록 살아와 당신이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형, 사랑합니다.
/박영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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