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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아욱된장국 끓여드렸는데 그게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조양희(고창 석남초등 교장)

아버님! 내일이 아버님 기일이에요.

 

4년전 아버님이 돌아가시던 날도 오늘처럼 장맛비가 오다 안 오다 했었지요.

 

공씨 문중 집안간 어른들이 관광버스로 성균관대학 명륜당에 가신다고 아침일찍 서둘러 식사준비를 해 드렸지요. 일러서 밥생각이 없다고 하시기에, 연세 드신 분은 진지를 꼭 드셔야 된다며 제가 굵은 새우를 넣은 아욱된장국을 끓여드리니까 “참 맛있게 먹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음성이 지금도 귓전에 남아 있어요.

 

비가 그쳤다고 우산 없이 그냥 가시려는 아버님께 긴 새 우산을 손에 쥐어드리며 비가 오면 우산으로 쓰시고 비가 안 올때는 지팡이로 쓰시라고 했는데, 그날 그 시간이 아버님과의 마지막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학교에 출근해서 9시30분쯤 지나니까 넷째 작은아버님께서 전화해 주셨어요. 아버님이 차 안에서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다고. 지금 생존해 계신다면 증손자도 낳은지 5개월이나 되었고, 저도 교장 승진이 되었으니 얼마나 기뻐하실까, 아버님께 더 잘 해드릴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많아요.

 

애들 아빠는 아버님 생각이 날때마다 아버님이 좋아하시던 술과 안주를 가지고 고향 산소에 가서 잡초를 뽑아 주며 그리움을 달래나봐요.

 

아버님, 기일이 되니깐 더욱 뵙고 싶네요.

 

/조양희(고창 석남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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