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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그 쌀로 지은 아침밥을 눈물로 말아 먹었습니다

이수홍(수필가)

자형! 하늘도 무심합니다. 자형같이 마음씨 고운 분께 그런 몸쓸 병이 덤비게 두니 말입니다. 자형은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저의 집에 장가 오셨습니다. 58년이란 긴 세월동안 저를 무척 사랑해 주셨습니다. 지난달 자형이 손수 농사지으신 마늘과 양파를 가지고 올 때 “이제 늙어서 논농사를 못 짓게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이 쌀도 가지고 가소”하시며 주셨습니다. 그 쌀로 지은 아침밥을 먹으면서 ‘그분이 이렇게 아파서 돌아가시려고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며 밥을 눈물로 말아 먹었습니다.

 

자형이 링거를 꼽고 누워계신 대학병원에서 북쪽 창을 바라보니 장례식장이 보였습니다. ‘여기서 잘못되면 저기로 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형은 저더러 82년간이나 살았고 아들 셋 딸 셋의 손 자녀까지 다 봤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고 죽더라도 자네 누님은 편히 살 수 있게 해 놓았다고 하셨습니다. 아닙니다! 몹쓸 병마와 잘 싸워 이기십시오. 자형.

 

/이수홍(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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