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원(전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영화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쓰(George Lucas)는 개인도서관을 가지고 있는 독서광이었다. 미국 선거의 귀재로 불리면서 현 부시대통령의 핵심 선거참모인 칼 로브(Karl Rove)가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으로 들어갔을 때 트럭 3대분의 책이 그의 방으로 옮겨졌다. 언젠가 신문에서 시인 고은선생의 시세계를 소개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와 함께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고은선생의 집 서제에서 글을 쓰는 시인의 사진도 실려 있었다. 전북대 명예교수인 최승범선생도 정년을 마치신 후 시내에 개인도서관을 가지고 계시면서 지금도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도서관은 무엇인가’
도서관은 고급문화의 필수적인 사회기관이다. 도서관은 문화활동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모든 문화활동이 그 정점에 있어서는 지식정보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그것이 만들어진 처음부터 지식정보자료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우리사회의 정보서비스기관이다.
전북은 ‘문화예술의 고향’을 지향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많은 전문가들이 나름대로의 계획과 방식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그들의 수준이, 그리고 그것을 향유하는 지역사회 주민들의 문화수준이 보다 높은 차원에서 이상적으로 발전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에 도서관이라고 하는 문화활동의 에너지센터가 더없이 중요하다. 지방자치제가 발전하면서 전북지방에서도 주민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도서관 수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도서관법이 개정되어 광역자치단체마다 지역대표도서관을 두도록 하고 있다. 지역대표도서관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도서관법 제 23조) △시·도 단위의 종합적인 자료의 수집·정리·보존 및 제공 △지역의 공공도서관 지원 및 협력사업 수행 △도서관 업무에 관한 조사·연구 △지역의 자료수집 지원 및 다른 도서관으로부터 이관받은 자료의 보존 △국립중앙도서관의 자료수집활동 및 협력사업 등 지원 △그밖에 지역대표도서관으로서 필요한 업무.
지역대표도서관은 그 지역사회의 문화적 가치가 있는 지식정보자료를 망라적으로 수집·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북에 관한 모든 자료를 적어도 전북의 어느 한 도서관에서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전북에 관한 조사 연구자들이나 전북에 관심을 가지는 외지인들이 자료검색의 최종해결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도서관이 바로 전북 지역대표도서관이다. 지역대표도서관을 가지는 것은 그러므로 족보를 가지는 가문과도 같다.
현재 우리 전북에는 지역대표도서관으로 내세울만한 도서관이 없다. 전주시립 도서관들은 그 규모나 위치가 지역대표도서관으로 걸맞지 않다. 전북교육청의 전북교육문화회관은 그 주기능이 도서관이긴 하지만 다른 시설들도 복합되어있고 기관의 명칭도 도서관이 아니다. 또한 도서관법에서는 지역대표도서관을 광역자치단체에서 설립·운영하도록 하고 있다.(도서관법 제 22조)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전북은 지역대표도서관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도의회도서관을 겸하는 지역대표도서관을 세우게 된다면 이것은 전국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것으로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모범을 보일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래 이제는 정착단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방자치제가 발전되면서 의원들에게도 유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정상적인, 이상적인 수준에 도달하기위해서는 그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지방의원들의 의회활동이 보다 성실하고 유능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회활동에 필요한 지식정보자료를 충분히 지원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회에는 국회도서관이 있다. 이제 지방의회에도 그들의 의회활동을 지원하는 도의회도서관을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도의회도서관을 겸한 전북지역 대표도서관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서진원(전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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