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동아시아의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중국에서는 영수(靈獸), 즉 신령한 동물이라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 중국 한나라 이후 만들어진 용의 본래 형태는 9가지 동물의 특징을 따와 합성한 모습이다. 뿔은 사슴, 눈은 귀신, 몸통은 뱀, 비늘은 물고기, 발은 매, 귀는 소와 닮았다. 입가에는 긴 수염이 나 있고 동판을 두들기는 듯한 울음소리를 낸다. 머리 한 가운데는 척수라고 불리는 살의 융기가 있는데 이것을 가진 용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기린, 봉황 거북과 함께 4령(四靈)의 하나로 천자(天子)에 견주었다. 그래서 천자의 얼굴을 용안(龍顔), 의복을 용포(龍袍), 의자를 용상(龍床)이라 했다.
용은 모든 동물의 근원으로 조화와 변신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으며 지상과 천상을 오르내린다. 이러한 신통력은 여의주라는 신비한 구슬이 있어야 가능하다. 용은 또 불교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팔부신(八部神) 중의 하나로 받들어진다.
삼국유사에도 용과 관련된 신라 문무대왕의 일화가 나온다. 대왕은 죽으면서 동해의 큰 바위에다 장사 지내 달라고 유언한다. 큰 용이 되어 불법을 받들고 국가를 수호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경주 앞바다에 있는 문무대왕 수중능이다.
뱀이 1000년을 살아서 승천하면 용이 되는데 어떤 저주에 의해 용이 되지 못하고 물 속에 사는 큰 구렁이를 이무기라 불렀다.
서양에서는 용을 동양처럼 신비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고대에는 단순히 큰 뱀인 경우가 많았다. 주로 암흑세계에서 살고 죽음이나 죄악과 관계가 깊은 동물로 등장한다. 그리이스 신화에서는 아폴론이 용이라 할 수 있는 대사(大蛇) 피톤을 퇴치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장소가 유명한 델포이 신전이다. 용을 뜻하는 영어 드래곤(dragon)은 당시 그리이스어의 드라콘에서 연유했다.
요즘 용과 이무기가 나오는 심형래 감독의 디워(D-War)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5·18 광주문제를 다룬 ‘화려한 휴가’와 함께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A급 컴퓨터그래픽(CG)과 Z급 시나리오’라는 혹평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조만간 미국에서도 1500개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용에 대한 동양적 신비감을 배경으로 제작된 이 영화가 서양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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