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식(수필가)
대 여 섯살 된 코 흘리개 시절 이었으니 60여년 전 일로 기억됩니다.
이웃 마을 농악대를 구경하며 무작정 따라나섰습니다. 면 소재지에 도착해서 신나게 펼치는 마을 대항 경연에 홀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을 했습니다. 점심때를 훌쩍 넘겨 배가 고파 집을 찾아간다는 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아무리 헤매고 다녀도 너무나 생소한 길뿐 영영 찾을 수가 없자 버럭 겁이나 울면서 신작로를 오르락 내니락 했습니다.
길가에서 나물을 캐고 있던 아줌마가 다가와 사연을 물으시기에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마을을 잘 안다고 안심을 시키면서 당신 집으로 데려가 대바구니에 달랑 한 덩이 남은 꽁보리밥을 먹인 후 우리 마을까지 바래다 주셨습니다. 오랫동안 생명의 은인이라 할 천사 같은 아줌마의 두터운 은혜를 까맣게 잊고 살아왔습니다.
이산가족이 상봉하여 울음바다가 되는 TV모습을 보고서야 배은망덕해왔음을 뒤늦게 깨닫고 기억을 더듬어 수소문해 보았습니다. 영영 찾을 길이 없어 진심으로 용서를 빌며 행운을 기원해 봅니다.
/조정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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