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영(수필가)
고향아!
지루한 장마가 물러갔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지역적인 집중호우가 계속 됩니다. 간간히 비가 멈춘 하늘에 추억처럼 피어나는 하얀 뭉게구름, 그 틈으로 어제 보다 한 결 높아지고 푸르러진 하늘을 느낍니다. 그 하늘가에서 언뜻, 가을의 미소를 봤습니다. 아마, 그것은 내 가슴에 그리움 되어 흐르는 당신의 모습일 겁니다.
고향의 지금쯤에는, 끝물에 들어선 참외 밭에 익다만 못난이 참외들만 뒹굴 때이지요. 그 뙤약볕아래 들일을 하시던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아립니다. 뜸부기 울음소리에 익어가는 나락, 긴 밭고랑에 가득한 참깨며 들께, 잎이 무성한 고구마 등 모두가 마음을 부듯하게 채워주던 결실들이었지요. 그리운 고향산천을 함께 누비던 정다운 악동들, 시집간 누나를 기다리게 하던 증기기관차의 기적소리, 뜰마루가에 자욱한 쑥 타는 냄새, 그 시절 생각만으로도 내 가슴은 온통 헤집어집니다. 지나간 것은 모두가 그리움입니다. 지금은 몰라보게 변해버린 산하, 잊혀져가는 사람들, 오늘도 당신생각에 그리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당신의 품은 언제나 내 마음의 둥지입니다.
늦여름 반짝 햇살에 매미의 울음소리는 더 높아지고, 메밀잠자리 한 떼가 허공을 맴돕니다.
/조종영(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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