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03:52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불어터진 라면 눈물로 먹던 우리 20대는 어디에 있는지

이봉명(시인)

빈터에 앉아 하늘을 봅니다.

 

구름만 부산하게 산을 넘고, 소리 없이 떠나는 것도 나의 시린 뼈들로 그대의 마지막 슬픈 눈동자 위에 맺힙니다.

 

우리 시대의 날개 하나를 접고, 꽃들이 진다고 울던 그대 어깨 위에 어느새 강물이 흐르고, 바람이 불어 요동치는 걸 오래오래 바라보았던 우리의 20대는 어디에 있는지요.

 

천근의 침묵으로 묵묵히 바라보던 바다, 그 바다 끝에서 몇 번씩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바다를 걷던 아득한 날의 그대 얼굴이 떠오릅니다.

 

폐간된 지방신문 일면의 기사처럼 사소한 일에도 칼날을 세우던 그대여, 낯 선 마을에 얹혀사는 일이 너무 힘들 때 내게로 한 번 오시지 않으시려나요.

 

낯 선 도시에서 불어터진 라면을 눈물로 먹던 시절, 우리를 버리지 않고 살아온 그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고 나무라지 마시고….

 

/이봉명(시인)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