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창(김제경찰서장)
지역 주민들로부터 경찰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경찰의 변화 노력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과거에는 경찰이 도둑만 잘 잡으면 된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도둑을 잘 잡는 것이 국민에 대한 의무이고 최대한의 봉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 인권이 다소 훼손되고 국민에게 불편을 끼치더라도 경찰의 목표인 도둑을 잘 잡으면 모든 것이 이해되고 용서되리라고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도둑을 잡는데 그토록 열중하고 범인 검거율이 미국, 유럽을 능가하는 90%이상을 유지해도 전혀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한채 힘있고 돈있는 사람에게는 아부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권위적이라는 비난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몇년전부터 그간 경찰의 목표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비로서 깨닫게 되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얻는 길은 도둑잡는 것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프로 경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경우이다. 국민께 진정으로 신뢰받기 위해서는 공정한 업무집행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설사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다 할지라도 담당 경찰관의 부정확한 실무지식과 분명하지 못한 태도가 공연히 오해와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가 되기위해 소속 직장에서 동아리 및 토론회 활동을 통해 개혁방안을 찾아 가고,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협조단체와 만나 치안정책에 대한 제언을 구하고 있다. 지방경찰학교, 경찰대학, 경찰종합학교에서의 교육은 물론이고 국내외 민간 연수시설에서 많은 경찰관이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경찰관을 교육생으로 받기위해 유치전이 치열할 정도이다.
전에는 경찰관이면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주위 친지, 친구들로부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담당 경찰관이 편향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저쪽편하고 유착이 있는 것같다며 도와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은게 사실이었다. 이런 부탁이 걱정스러워 고향에서 근무하기를 피했을 정도 이었으니까. 그러나 현재는 엄청 달라진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나의 경우만 해도 김제경찰서장으로 부임한지가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도와달라는 전화를 단 1통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변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자평해 본다.
그러나 경찰의 혁신이 계속되는 밑바탕에는 주민의 협조와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잘 알고 있다. 주민들께서 법과 질서를 잘 지켜주는 것을 물론이고, 혹여나 경찰의 잘못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질책하고 잘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 경찰이 발전하는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전에 일본에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일본 국민은 워낙 법을 잘 지키기 때문에 일본 경찰은 일본 국민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고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외국인때문에 존재한다는 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한국 경찰도 일본 경찰처럼 우리 국민들의 법 위반사항을 단속할 필요가 없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이 든다.
김제경찰의 경우는 이외에도 파출소 1곳을 조선시대 성곽모양의 포도대(捕盜臺)로 리모델링하여 조선시대 포교복장으로 실제 근무하는 살아있는 역사박물관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전국에 5천개 이상의 파출소가 있지만 모두 현대식 벽돌건물이다. 김제에 포도대를 만들면 전국 최초의 조선시대 파출소가 될것이다. 경찰 홍보에도 기여하고 외부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여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경찰이 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도 기여하는 고품격 봉사치안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예술의 시대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문화예술은 힘이고 경쟁력이다. 경찰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미국의 빌게이츠는 많은 문화예술 작품을 구입하여 회사에서 전시회를 열 정도인데, 그의 말에 따르면 직원들이 그 작품을 감상하면서 창조적 영감을 얻어 신제품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경찰도 문화예술을 이해하며 품격있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가능하다면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메세나"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채수창(김제경찰서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