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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코스모스의 유연함과 기상 - 김만성

김만성(전 전주북일초등 교장)

백제 비류왕 27년 사적111호로 만들어진 「벽골제」김제시 부량면 포교리에서 죽산면 광활면으로 이어지는 신작로는 코스모스 핀 길로 유명하다.

 

이 코스모스 꽃길을 걷고 싶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벽골제 행사를 맞이하여 수많은 인파가 이곳을 찾게 되고 이사람 역시 해마다 가을이 되면 소년시절 외갓집을 가는 설레임으로 코스모스 핀 신작로를 드라이브 하며 콧노래를 부르다 보면 상쾌한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

 

코스모스의 가냘프고 섬세한 꽃잎에서 우리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김만경평야 서해바다 바람에 한들한들 손짓하는 코스모스 핀 신작로는 나그네의 여심(旅心)을 향수에 빠져들게 한다.

 

김상희 가수가 부른 코스모스 피어있는 길,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흥얼거리면 나도 모르게 밀어를 속삭이면 도로 옆 다소곳이 얼굴을 붉힌 코스모스는 갓 시집온 새색시 마냥 청순하기 그지없다. 파아란 가을하늘 아래 천차만별로 피어나는 꽃들 중에서 특히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장미처럼, 야단스럽게 붉지도 않고 양귀비처럼 화려하고 깜찍하게 치장을 하지 않는 코스모스는 그저 수수하게 차린 촌색시와 같다. 지아비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손꼽아 기다리는 망부석같은 마음이 있으나 원색으로 요란스러운 과시는 없다. 남보다 앞서가기 보다는 뒷자리에서 스스로 내면세계를 다스리는 자애로움을 엿볼 수 있다.

 

국화는 깊은 산속에 함초롬이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것이 제격이지만 코스모스는 도로변에 피는 것이 더 운치를 깊게 해준다. 외딴길 주위에 함초롬이 피어난 코스모스의 가냘픈 웃음은 나그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코스모스의 원산지가 남미의 멕시코로 기억된다. 꽃이름이 외래어라서 좀 서운한 느낌이 들곤 하지만 숱한 인고의 세월과 함께 우리의 삶속에서 동화되어 우리 것이 된 것만 같은 친근감이 드는것은 숨김없는 표현이다.

 

국화는 일년초로 키가 석자정도밖에 자라지 않는다. 연약한 줄기가 메마른 길가에 뿌리를 내려 자양도 없이 길모퉁이에서 피우는 그 기상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귀뚜라미 울어대는 가을밤! 휘영청 달빛타고 찾아오는 이 가을 아무도 오지 않지만 창밖으로 눈길이 머문다.

 

고등학교시절 할머니께서 정성스럽게 바른 창호지 속 코스모스 꽃잎이 달빛 타고 춤추는 어느 가을밤에 멀리 떨어진 연인에게 밤이 이슬토록 편지를 쓰던 가을밤이 그리움으로 맴돈다. 어느 여고생이 정성스럽게 보낸 편지속에 코스모스 꽃잎을 보고 가을의 정취를 무르익게한 지난날들의 정감어린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못견디게 그리워진다.

 

지평선축제가 이루어지면 모든 것을 훌훌 털고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푸는 가을하늘과 함께 고운자태를 드러내며 그윽한 향기를 지닌 코스모스가 손짓하는 김만경평야를 거닐어 보려한다. 청초하고 담백한 색감을 지닌 코스모스 꽃길을 걷노라면 마음의 여유로움이 가득하게 된다. 코스모스는 가을의 풍요로움과 함께 늘 우리 곁에서 계절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가을의 나그네이다. 비바람, 태풍에 나무가 쓰러져도 코스모스는 가냘픈 몸짓으로 꺽이지 않은 유연함을 우리는 본받아야 할 것이다.

 

끈질긴 생명력으로 무수히 역경을 이기고 꿋꿋이 피어나는 코스모스의 기상처럼 우리는 부단한 자기연찬으로 자기의 길을 가야 되지 않을까...

 

/김만성(전 전주북일초등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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