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민 이주단지 보한마을 사람들의 기막힌 소회
“바로 저그 쯤일거야. 마을 사람들이 도랑도랑 모여 앉아 술도 마시고 정담도 나눴던 숱한 추억이 서린 곳이지.”(정석진씨)
“선산은 지척인디 말여, 애써 10리 길을 돌아야 조상에 대한 예를 올릴 수 있으니 참말로 서글프네 그려.”(안경옥씨)
용담댐 건설로 물속에 잠긴 고향 땅에서 떠 밀린 수몰민들의 한(恨)풀이 장격인 ‘망향의 동산’.
수몰과 함께 지난 1998년 안천면 노성리 보한마을에 망향탑과 함께 세워진 이 곳에서 만난 수몰이주단지 이장(정씨·62)과 노인회 총무(안씨·74)의 기막힌 소회(所懷)다.
수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보한마을(67세대 135명) 주민들은 추석명절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고향(옛 상보마을) 땅을 지척에 두고도 밟지 못하는 서글픈 명절이 8년 째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이 되면 으례 친지들과 고향 땅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 평범한 삶을 포기한 지 오래다.
조상에 대한 예로 선산을 찾는 일 또한 이들 수몰민에겐 또 하나의 피치 못할 아픔이다. 끝내 고향 땅을 지키지 못한 죄도 죄려니와 막힌 물길을 피해 한참을 돌아야 하는 현실에 스스로를 자책한다.
정씨는 “선산이 바로 코 앞인데도, 주변 순환도로를 따라 4km가 넘는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면서 “불편은 차치하더라도, 객이 된 듯한 형국에 울화가 치민다”고 자괴했다.
이 같은 성묘객들을 위해 무료 배편(10척)이 지원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질 못한다.
10리 밖에 있는 인근 선착장을 이용하려고 애써 버스를 탈 바에야, 아예 개인 차편으로 가는 게 수월하기 때문. 한켠에 마련된 어업계 자망통어선을 타려 해도 (일반인)제약에 걸려 있으나 마나다.
노인회 안 총무는 “불편한 성묘길 때문에 때론 지척에 둔 선산에 대고 멀리서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조상들께 그저 죄송한 맘 뿐”이란 말로, 비운의 현실을 대변했다.
한편 지난 2000년 형성된 용담댐 건설로 진안에서는 1읍 5개면 25개 법정리 68개 마을 2864세대 1만2616명이 수몰민처지가 됐으며, 보한마을은 이 중 가장 큰 수몰이주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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