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도 세력간 역학관계 담겨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죄수를 교화할 수 있는 시설로서 원형감옥 파놉티콘(Panopticon: 다본다는 의미)을 지을 것을 제안했다. 벤담이 설계한 파놉티콘은 바깥쪽에 죄수들을 가두는 방을 만들고, 중앙에는 죄수들을 감시하기 위한 원형공간이 있다. 죄수들이 있는 방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밖으로 난 창외에도 내부를 향한 또 다른 창이 있어 죄수의 일거수 일투족이 간수에게 항상 포착이 되도록 되어 있고, 밤에는 죄수의 방에 불을 밝혀서 항상 밝게 유지하고, 반면에 중앙의 감시 공간은 항상 어둡게 유지되어 간수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도록 되어있는 구조이다. 파놉티콘에 수용된 죄수는 항상 자신을 감시하는 간수의 시선을 의식하여 규율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못하다가 점차 이 규율을 내면화해서 스스로를 감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벤담은 이러한 시선의 비대칭성을 갖는 파놉티콘이 교도소 뿐만아니라 작업장, 공장, 병원, 학교 등의 목적에 맞게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당시에는 받아 들여지지 않았지만, 200년이 지난 후 푸코에 의해 감시(시선의 비대칭성)가 미세한 부분까지 권력의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새로운 권력의 메카니즘으로, 즉 건물에 구현된 감시의 원리가 사회 전반에 스며들며 규율사회의 원리로 탈바꿈하면서 재조명받게 되었다.
건축에서 감시의 문제는 프라이버시의 문제와 관련되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프라이버시라는 용어가 다른 사람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있을 권리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신이 통제할 권리라고 새롭게 해석되고 있기도 하다. 개인의 신상정보를 일방적으로 세력을 자진 집단이 소유를 하게 되면 정보 파놉티콘이 된다.
감시하려는 노력과 이에 대응하는 프라이버시 확보의 문제는 건축 공간의 구성에 한 요소가 된다. 얼마전 모병원의 인테리어 설계를 할 때 일이다. 병실의 기존 출입문을 여닫이문에서 슬라이딩 행거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병실문에 창을 놓는 문제를 놓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감시창이 필요하다는 의사와 간호사의 요구와 환자가 옷을 갈아 입는 등의 개인적 프라이버시 침해로 인한 불평을 경험했던 관리부장의 얘기가 생각이 난다. 예로 들었던 문속의 작은 유리창을 통해서 창의 기능이 단순히 채광을 받아들이고 환기하고, 밖의 경치를 바라보는 물리적 차원의 이면에 팽팽하게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적 차원을 생각해 보았다. 사회가 지배하려는 세력과 지배를 피하거나 역감시하려는 세력간의 상호작용과 역학적인 관계로 설명되어 질수 있는 것처럼 건축 또한 같은 메카니즘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건축의 공간과 형상들을 바라보면 좀 더 새로운 건축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축사사무소예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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