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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저 보고 한하운시 읽으시라던 선생님 눈빛속엔 향수가 서려

소영자(수필가)

선생님께서 이 세상을 타게 하신지도 어언간 십년이 흘러갑니다. 그 옛날 선생님께서 저희 학교에 부임해 오셨을 때, 우리들은 여고 3학년 이었습니다. 셋째시간, 선생님께서 저희 반으로 첫 수업을 하러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우리들은 선생님을 처음 보는 순간 일제히 으~아 하고 소리를 내며 교실 안이 떠나가라 환호를 질렀던 기억이 가슴에 묻어납니다.

 

선생님께서는 너무 젊고 체격이 준수하며 멋쟁이셨지요. 거기에 묵묵한 인상, 약간의 곱슬머리, 향수를 담은 듯한 눈빛...

 

칠판에 한하운의 <황토길> 이 라는 시를 써놓고 누가 일어서서 읽기를 원했지만 아이들이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곳에 눈을 둘 바를 몰라 하시던 선생님!

 

우리들의 이름표를 죽 훑어 보시 더니 제 이름 표에 눈을 멈추시고는 읽어보라 하셨지요, 저는 그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두 개의 발가락을 두꺼비 발가락이라 읽어 조용하던 교실 안이 삽시간에 폭소로 변해 버렸던 기억이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후 주번을 시켜 저를 교무실로 부를 때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해 교무실 앞에 당도하면 너무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참을 서 있곤 했었습니다.

 

선생님! 저는요, 그때가 사춘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제 평생을 통해 그때처럼 순수한 감정을 가져 본적은 없었습니다.

 

교지를 만들 때마다 교정위원과 편집위원들에게 일을 일일이 섬세하게 가르쳐 주시면서 많은 추억을 담아주시던 자랑스러운 우리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기 며칠 앞두고 저희 집에 전화를 하셨을 때 제가 저희 집 양반과 함께 찾아뵙겠다고 하자 “이제 네 목소리를 들었으니 되었다”고 말씀하시던 선생님...

 

그 며칠 수 이 세상을 타게 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허무하고 마음이 서글펐는지 모릅니다.

 

선생님 이글을 올리면서도 눈물이 낙엽처럼 팽그르르 두 뺨에 흐르고 있습니다. 내 가슴에 항상 머물러 있는 선생님, 언제나 가을이 오면 보고 또 보고 싶습니다.

 

/소영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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