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양순(전북편지가족 회원)
가을은 다른 계절보다 보고 싶은 얼굴이 더 많이 떠오르는 계절입니다.
가끔 계용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고, 보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30년 전 쯤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학생들이 펜팔을 많이 하는 시대였지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되는 것도 아니고, 휴대폰이 있는 시대도 아니어서,
펜팔은 미지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유일한 대화의 통로였지요.
나도 학생들이 보는 잡지에 실린 계용 씨의 주소를 보고 편지를 보내어
몇 년간 펜팔을 했었지요.
가끔씩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한창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으로 방황하던 20대 초반에 정신적인 교류가 활발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계용 씨가 대학에 진학한 후, 어렵게 한번 잠깐 만났고, 군대에서 휴가 나온 후에 한번 만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로가 너무 조심스럽고 어려워서 얼굴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웃음이 납니다.
왜 그렇게도 수줍어하고, 동년배인데도 깍듯이 존댓말을 주고받았는지...
요즈음의 아이들이 생각하면 이해도 안 되고 촌스럽다고 하겠지요.
참으로 풋풋하고 아름다운 인연인데, 내가 결혼 하면서 연락이 끊어지게 되어 아쉽습니다.
지금쯤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 모르지만, 계용씨도 가끔은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지금 계용 씨의 고향 전라도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소주를 마실 줄 안다면 내 남편과 술친구가 되어도 좋을 텐데 생각하면서 가벼운 웃음을 지어 봅니다.
이 가을에 떠올려 보는 옛 친구들 중에 계용 씨를 아직 기억하고 있어서 가슴이 따뜻합니다.
지금까지 살아 온 시간보다 훨씬 짧게 남은 시간들을 소중하고 유익하게 채워 훗날에 후회 없는 삶이되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간직하는 가을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양순(전북편지가족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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