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일은 수행 정진하는 것이며 산야를 누비는 것은 만행(萬行)입니다."
사진작가 선암(禪岩.60) 스님이 21-27일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출가'를 주제로 사진전을 개최한다. 지난 37년간 찍어온 사진 가운데 수행자의 일생을 담은 작품 5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회를 앞두고 140여 장의 사진을 담은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출간했다.
"중이 수행은 않고 딴짓을 한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잿빛 장삼을 두른 신분이어서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절집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봉원사의 대소사와 절간 구석구석은 물론 스님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모습까지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공군에 근무하던 1960년대 말 사진촬영법을 처음 배웠다는 선암스님은 1970년 제대하자마자 카메라를 장만해 사진찍기에 나섰다. 이어 1972년부터 태고종이 발간하는 '월간 불교'의 사진기자로 활동한 것을 계기로 평생 사진과 함께 살아왔다.
선암스님은 1979년 중앙일보 사진공모전 입상을 시작으로 1988년 일본 아사히신문 국제사진공모전 입상, 1995년 제14회 대한민국 사진대전 우수상, 2004년 제32회 한국관광공사 사진공모전 대통령상 등 다수의 상을 받으며 전문 사진작가로 자리를 잡아왔다.
"취미삼아 찍기 시작한 사진이 이젠 뗄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은 제게 수행이고 포교의 방편입니다."
선암스님은 "30여 년 전만 해도 연꽃을 찍는 사진작가가 거의 없었다"면서 "불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온 연꽃이 이젠 불교를 상징하는 사진소재로서 일반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불교의례인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靈山齋)도 선암스님의 사진을 통해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선암스님은 그동안 영산재와 관련한 사진집을 두 권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수행자가 되기 위해 산문에 들어선 행자가 삭발염의하고 용맹정진하면서 일평생을 보낸 뒤 한줌의 연기로 사라지기까지 과정을 담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시작은 어린 나이에 출가한 동자승의 천진무구한 모습부터 발우 공양과 울력, 수계법회, 범패ㆍ불화ㆍ단청작업에 이르기까지 불교 수행자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전시작 가운데 충남 서해안 구례포를 배경으로 삼은 사진은 1년 중 섬 쪽으로 해가 떨어지는 기간이 3-4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장면을 기다리느라 20여 차례나 그곳을 찾아갔다고 선암스님은 밝혔다.
그는 "사진은 찍는 순간마다 대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순간의 예술이고 빛의 예술이어서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들게 된다"면서 "사진과 함께하는 구도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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