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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학원조례와 교육기회 - 강성명

강성명(변호사)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권 보장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를 그 핵으로 하는 기본권 실현의 방법적 기초와 방향를 제시하고 국민 전체의 동화적 통합효과를 증대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바, 여기에서의 평등이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입법과 법의 적용에 있어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대적 평등’이란 각 개인의 구체적 차이를 전제로 하여 이에 상응한 법적취급을 인정하는 것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배분적정의에서 출발하여 울피아누스의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라는 명제로 집약된다.

 

지난 60년대 이후 압축성장시대를 거쳐 오는 동안 우리 나라는 도?농간의 극심한 불균형 구조가 만들어졌다. 과거 60-80년대에는 가족생계유지를 목적으로 한 농촌인구의 도시유출이 주를 이루었으나 90년대 이후로는 자녀교육을 위한 농촌인구의 도시유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의 인구유출도 심각한 수준이다.

 

참여정부는 3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로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를 제시하고 사회 전분야에 걸쳐 사회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노력하여 왔지만, 그간 5년간의 성과를 뒤돌아보면 도.농간 교육격차 해소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국민들의 유별난 교육열이 우리 나라 발전의 큰 토대가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러한 교육열로 인해 막대한 사교육시장이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교육시장 과열은 도시에서나 가능할 뿐 농촌지역에서는 변변한 입시학원이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도시지역 학생들이 학교가 끝난 후 밤늦게까지 보충교육을 받고 있는데 비하여 농촌지역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면 그냥 집으로 돌아갈 뿐 사교육을 받을래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농촌지역 학부모들로 하여금 자녀교육을 위해 도시로 나가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일부 농촌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교육현실을 직시하고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관내 우수학생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순창옥천인재숙과 같은 시설을 탄생시켜 그동안 관내 학생들의 대학진학성적에서도 눈에 띄는 효과를 보고 있다. 개정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에 의하면 기숙학원의 등록기준을 시?도의 조례에 위임하고 있고, 이 경우 시?도의 조례는 「관할지역의 교육여건과 수강생의 안전 및 숙박시설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기준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도교육청은 최근 관할지역의 교육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전국적인 기준과 동일하게 만들어진 학원조례안을 도의회로 넘겼다.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하여 관내 학생들을 지원하는 순창옥천인재숙과 같은 시설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된다.

 

동일한 교육여건에 있지 아니한 도시.농촌지역 학생들을 동일한 기준으로 대우하는 것은 겉으로는 평등할지 모르나 실질적으로는 불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온갖 사교육의 세례를 받고 있는 도시지역 학생들과 아무런 사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농촌지역 학생들을 동일한 선상에 세워놓고 동일하게 경쟁을 시키면 누가 이길 것인지는 누가 보아도 뻔한 일이다.

 

아무쪼록 관할지역의 교육여건을 고려한 조례가 만들어져 실질적인 교육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쪽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까지 고려하는 도의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강성명(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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